손택수
매달 스무여드렛날이었다
할머니는 밭에 씨를 뿌리러 갔다
오늘은 땅심이 제일 좋은 날
달과 토성이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흙들이 마구 부풀어오르는 날
설씨 문중 대대로 내려온 농법대로
할머니는 별들의 신호를 알아듣고 씨를 뿌렸다
별과 별 사이의 신호를
씨앗들도 알아듣고
최대의 發芽를 이루었다
할머니의 몸속에, 씨앗 속에, 할머니 주름을 닮은 밭고랑 속에
별과의 교신을 하는 무슨 우주국이 들어 있었던가
매달 스무여드레 별들이 지상에 금빛 씨앗을 뿌리던 날
할머니는 온몸에 별빛을 받으며 돌아왔다
할머니의 우주에서는 만물이 서로 교신한다. 이 교신은 기호를 통한 정보 공유와 같은 ‘소통’과는 달리 몸과 몸이 서로 공명하면서 이루어진다. 신호로 교감이 이루어지는 이 자연 세계에서 인간인 할머니가 그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세계의 몸-대지-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노동을 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그녀의 노동은 땅과 별과 하늘과 씨앗과 교신하는 과정 자체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