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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주민공모 통해 후보지 결정 후 타당성 조사

전준혁기자
등록일 2021-09-08 20:11 게재일 2021-09-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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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를 멈추고 추모로
포항시 추모공원 상상개념도. /포항시 제공

□ 포항 종합장사시설 마련 어디까지 왔나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의 경우 종합장사시설(추모공원) 조성사업이 조례제정과 시민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급진전되고 있다. 포항시는 투명한 공개모집을 통한 부지선정의 절차를 거쳐 오는 2025년 12월 개원을 목표로 종합장사시설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포항시는 공무원,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중심의 추진위 발족과 함께, 종합장사시설이 기피시설이 아니라 포항의 랜드마크이자 장묘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즉, 약 10만여 평에 이르는 조성부지의 20%를 장사시설로 설계하고 나머지 80%는 문화, 예술 및 시민 여가시설 등 공원부지로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포항시는 지난 2019년 6월 시민공청회와 장례문화 인식개선 홍보를 거쳐 2020년 2월 시의회의 의결을 통해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설치조례’를 공포해 본격 추진에 나섰다. 조례제정에 따라 추모공원건립추진위원회는 세종시와 인천 등 26곳의 국내 선진 장묘시설을 찾아 시설과 구체적 건립과정까지 살펴봤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주민공모를 통해 후보지역이 결정되면 이를 대상으로 엄격한 부지 타당성 조사용역을 거칠 예정이며, 기본건축설계와 부지조성 문화상징물 및 공원시설 설치 등 도로망 구축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는 2025년 하반기부터 일반시민의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러한 포항시의 장사시설 마련을 위한 시도와 노력 자체에는 박수를 쳐줄 만하지만, “좀 더 일찍 준비해 사업을 시작해야 했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관련해 경북 외 국내 타 지자체의 사례를 잠깐 짚어보자.

 

우현 화장장· 구룡포 화장장 등 수십 년 돼 경북서 가장 노후

과거 한국인 체형 기준 설계… 체형 초과될 경우 관 해체해야

포항시의회, 2020년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설치 조례’ 공포

공원시설·도로망 등 구축 2025년 하반기 일반시민 이용 가능

 

글 싣는 순서

 

1. 장사시설과 장사문화,

우리는 장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

 

2.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마련 첫걸음

3. 장사시설 선두주자

인천 가족공원

4. 시민의 품 안에

세종 은하수 공원

5. 장사 문화 개선을 위해

포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우현화장장 전경.  /포항시 제공
우현화장장 전경. /포항시 제공

우선 인천가족공원은 부평에 위치한 공동묘지를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예산을 투입해 전체 묘지의 일부를 재개발해 자연장지 및 공원을 조성했다. 가족 유대와 자연친화적 장사 문화 공간 조성을 위한 가족장사시설 마련에 있어서 선두주자인 셈이다. 2005년부터 2040년까지 단계별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며, 3-1단계 사업(2016년∼2021년, 사업비 515억)을 통해 봉안당(별빛당) 건립, 자연장지 등을 조성 완료했으며, 3-2단계(2020년∼2025년) 사업은 봉안당(2만기) 건립, 자연장지(1만기) 조성, 산림복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 은하수공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2010년 개장한 대지면적 36만580㎡에 건축연면적 1만7천293㎡인 이곳은 장례식장(빈소10, 접객실10), 화장장(고별실 4곳, 화장로 10기, 수골실 2곳, 유족대기실 10실), 봉안당(봉안당 2만34위, 봉안담 1천408위)을 비롯해 관리동, 홍보관, 유택동산, 식당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잔디장, 수목장, 화초장 등의 자연장지도 품고 있다. 특히 자연과 어우러진 공원의 형태를 갖춰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룡포화장장 전경.  /포항시 제공
구룡포화장장 전경. /포항시 제공

□ 포항 장사시설 현황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전, 포항 장사시설의 현주소를 가장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범위를 좀 더 넓혀 경북 내에서 보면, 화장시설의 경우 2020년 말 기준 총 12곳이 설치됐으며, 화장로는 43로가 설치됐다. 2011년 상주, 2012년 경주, 2014년 의성을 비롯해 2016년 이후에 3곳(안동·구미·울진)을 신축하는 등 2000년대 들어 7곳이 신축됐다. 그러나 포항의 경우 우현화장장은 1941년도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어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화장시설이며, 같은 포항지역의 화장시설인 구룡포 화장장 역시 1978년도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오래된 화장시설이다.

화장 다음으로 알아볼 것은 봉안시설이다. 화장률의 증가는 봉안시설의 안치율 증가를 가져왔으며, 이에 따른 수요공급을 위해 봉안시설의 설치는 꾸준하게 증가해 왔다. 포항시에는 (재)대한불교 관음종 원진사와 (재)대구구천주교회 유지재단, 한국불교태고종 금강사, 무량사 하늘윤장대부모은중경회 총 4곳의 ‘종교단체’ 봉안시설만이 있다. 공설 봉안시설은 물론 법인 봉안시설도 없는 셈이다. 이 외 기타 봉안시설로 개인 5곳, 종중·문중 10곳, 종교단체 1곳(봉안탑) 등 16곳이 있는데 이들 모두는 북구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장지도 살펴보면 공설은 없으나 사설의 경우 총 6곳인데, 가족자연장지 1곳과 문중자연장지 4곳을 빼면 실질적으로는 원진사 지장회 1곳이 전부다. 이 외 장례시설의 경우 병원장례식장을 비롯해 남구 5곳과 북구 5곳 총 10곳이 있다. 묘지의 경우는 동산공원묘원과 포항공원묘원 등 총 2곳의 법인묘지 등이 있으나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이렇듯 포항시의 장사시설이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는 물론 훨씬 소규모의 지자체와 비교해서도 열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화장시설의 경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9년 포항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포항시립 화장장을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4%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불편함을 느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시설 협소 및 노후화” 52.9%, “화장 대기시간 지연” 22.9%, “화장 후 이용할 수 있는 장사시설(봉안당, 자연장지, 유택동산 등) 미설치” 12.3% 순으로 응답했다. 불편함을 가장 많이 느꼈다던 ‘시설 노후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포항시 추모공원 상상개념도.  /포항시 제공
포항시 추모공원 상상개념도. /포항시 제공

□ 노후화된 포항 화장시설

포항시에는 현재 우현화장장이 3기, 구룡포화장장이 1기의 화장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기준 4천388구를 화장했으며, 우현화장장은 1기에 3.67구/일, 구룡포화장장은 1.013구/일을 화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무래도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이니만큼 화장장의 화장로 크기가 과거 한국인 체형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체형이 초과될 경우 관을 해체해 화장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즉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보수나 교체가 아닌 신규 건립만으로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 부지에서 화장시설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떨까. 이 역시 부정적이다. 시설 설치 당시 화장장 부지는 도심지 외곽이었으나, 도심이 팽창하면서 현재 부지 인근은 교육 및 공동주택이 다수 위치해 생활권이 포함된 인구밀집지역으로 변모했다. 특히 포항 화장수요의 92.7%를 처리하는 우현화장장의 경우 직선거리로 200m 내에 중·고등학교가 인접하고 있다. 구룡포화장장 역시 포항시 중심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에서 취약하고, 진입도로의 여건상 15인승 이상 버스의 접근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화장장 인근 부지 중 자연녹지지역을 시설확충 대상지역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종합장사시설로 계획하기에는 부지면적이 협소해 화장로를 추가하는 수준에서의 개선만 가능한 실정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근의 기술적 연구성과물 적용한 화장시설을 설치하기에는 한계성이 있어, 향후 예측되는 화장률 및 미래 화장 수요 등을 고려해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화장로 설비를 갖춘 신규 건축물을 건립할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현황들을 토대로 해결책을 도출해본다면 결론은 명백하다. 장례식장, 화장장, 봉안당, 자연장 등 모든 장사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종합장사시설이, 그것도 한시바삐 포항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말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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