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하
밤새 가을비가 내리고 가로수 잎들이 떨어지고 아침이 손바닥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받고 움츠린 사람들이 점멸하는 신호등을 건너 빠르게 흩어지고 다시 우르르 모이고 흩어지고 다시 흩어지고 밤새 앓다가 나간 너는 지금 수서를 지나며 혼자 기침을 하고(중략)
나는 청구빌라를 지나 이디아 커피를 지나 성당으로 가고 할 말이 있어서 갔다가 짧은 그림자를 밟으며 되돌아오고 하느님이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나란히 오고 집까지 같이 오고 담장 옆 고인 물속에 구름이 흘러가고 밝게 익는 마가목 열매 옆에서 까치가 갸웃거리고
삶과 죽음은 회귀된다. 떨어지는 잎들을 아침이 받는다. 아침의 품속에서, 떨어진 잎들은 새로운 탄생을 준비한다.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사태 역시 회귀되며 고통과 치유도 회귀된다. 일상은 그러한 반복되는 회귀로 이루어지는데, 시인은 이 일상의 영원회귀 옆에 ‘하느님’이 함께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 영원회귀의 흐름(시간) 속에서 세계는 ‘마가목 열매’처럼 힘차게 돋아나고 밝게 익으리라는 것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