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가듯 자연스럽게… 葬事시설 보는 시각 바꿔야
□ 전문
장사시설은 주민편의를 도모하는 사회 필수시설로 공공성, 안정성, 연속성 등을 고려해 지역수요에 맞는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기피시설이자 혐오시설로 인식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경북지역은 장사 시설 확충에는 앞서고 있으나, 이를 주민들과 함께 생활 속의 하나의 문화로 들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편이다. 우선 해외부터 보자면 대부분의 해외 장사시설은 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즉, 장사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기피하는 한국과 다르게 언제든 망자를 추모하러 가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화적인 생활공간으로서 인식되고 있는 것.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공원 혹은 문화유적지의 개념으로 조성돼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방문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역사가 오랜 해외 장사시설들은 변화하는 장묘문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조성된 묘지의 재개발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적인 봉안시설, 자연장시설, 유택동산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을 이용한 장사시설을 조성해 일상생활 속에서도 지역주민들이 휴식과 편의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공원화했으며, 장례문화를 알리기 위해 장사시설 내 박물관 혹은 도서관을 조성하거나 문화유적지의 개념으로 묘지 투어나 콘서트 등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유족의 개별 종교나 전통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추모구역을 별도로 운영함으로써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장사시설들도 있다. 화장시설의 경우 최첨단 설비를 새로이 설치해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화장시설의 유해물질 등을 최대한 저감시키려 노력하고, 유골함도 친환경적 소재로 제작하는 등 화장이나 매장에 따른 환경오염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시한부 매장제도를 도입해 묘지를 재사용하기도 하며, 공동체묘·합동대량무덤·합장식묘지 등 유골을 공동 매장하는 형태로 영구 매장할 수 있도록 한 장사시설들도 있다. 이렇듯 장사시설이 우리 생활의 일부이며 함께 일상에 녹아들어야 함에도 아직 국내에서의 인식은 많이 다르다. 이를 극복하고자 국가나 지자체 등 행정에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실제 국내에서 시민들 품에서 어우러지는 종합장사시설로 자리를 잡고 있는 곳도 꽤 된다. 이들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종합장사시설 설립을 앞두고 있는 포항시의 방향성을 제시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장사시설과 장사문화, 우리는 장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
2. 포항시, 종합장사시설 마련 첫걸음
3. 장사시설 선두주자 인천 가족공원
4. 시민의 품 안에 세종 은하수 공원
5. 장사 문화 개선을 위해 포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
국내 기피 정서와는 다르게 해외선 시민 휴식공간 자리매김
숲 그대로 둔 자연장 시설·친환경 봉안시설 등 인식 개선 도와
포항시민 삶과 어우러지는 종합장사시설 건립 방향성 모색
□ 장사문화
일반적으로 장사(葬事)란 죽은 사람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는 일을 말하며, 장사를 지내는 예식을 장례(葬禮)라고 한다. 이 둘은 서로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장사의 방법에는 매장, 화장, 자연장 등이 있다.
매장(埋葬)이란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하며, 화장(火葬)이란 시신이나 유골을 불에 태워 장사하는 것을, 자연장(自然葬)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종류의 장사문화는 해당 지역이나 국가의 종교에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불교는 화장을, 유교나 기독교 등은 매장을 주로 해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급증하며 묘지 부족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지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를 해결하고자 매장은 점차 기피되고 화장을 기본으로 하는 자연장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좁은 국토를 가진 한계로 화장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장사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5월 잠정치 화장률은 90.1%로 이미 국내에서는 화장이 대세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도별 화장률 통계에서 1994년 화장률이 20.5%였던 것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급격한 증가세를 바탕으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 자연장, 이제는 대세다
그럼 화장 이후에는 고인을 어떻게 모시고 추모할까. 포항시가 수행한 연구용역 자료를 바탕으로 국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가장 먼저 살펴볼 나라는 스위스다. 세계 최초로 수목장 방식을 도입했으며, 숲에 있는 기존의 나무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을 해치는 건축물이나 안내표지판 등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아 숲으로 인식돼 지역 주민의 반대가 적다. 주로 2∼3㏊ 정도의 소규모의 자연장지를 조성했으며, 대표적인 바인펠덴(Weinfelden) 수목장림의 경우 울창한 숲에 조성돼 있다. 또 부흐(Buch) 지역의 수목장림은 정원에 조성됐으며, 테게르빌렌(Tagerwilen)에서는 어린나무나 잡목 등으로 조성된 동산을 활용한다. 이러한 수목장은 별도의 유골함 없이 분골한 유골을 나무 밑 30∼40㎝ 구덩이에 그대로 묻는 방식으로 안치한다. 추모목에는 한 그루에 10명의 분골까지 안치할 수 있는 가족추모목과 10명의 친족이나 지인의 분골을 안치할 수 있는 친지추모목,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는 공동추모목 등이 있다. 운영 방식도 눈여겨 볼만하다. 개인 관리회사인 프리드발트사(社)가 산 주인과 지방정부에 산림사용허가를 받아 추모목을 사용자에게 판 뒤 이를 관리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산 주인과 지방정부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산림 자체의 관리는 정부기관인 영림서가 담당하고 관리 비용도 지자체의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특징이 있다. 프리드발트는 추모목을 100년간 관리해주며, 추모목의 위치를 기록으로 남겨 산불로 추모목이 훼손되거나 죽었을 경우 복원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자연장이 보편화돼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자연친화적 자연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100㏊ 규모의 정원형(화초·수목)으로 조성해 인공연못, 추모의자, 벽걸이현판(고인명패 부착), 고인표식 등의 시설과 함께 조성한다. 안치는 묘역 내의 성인목을 추모목으로 삼는 방식을 사용한다. 즉 유골을 묻고 고인의 인적사항을 새긴 작은 묘비를 나무뿌리 부분에 설치한다. 또 분골을 묻은 후 그 위에 관목이나 1∼2m의 작은 나무를 심는 방식도 사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고인의 인적사항을 새긴 작은 묘비를 나무뿌리 부분에 설치한다. 이 외에도 길이 10∼20m, 폭 2m 화단에 높이 2m 내외의 단목을 조성해 분골을 묻고 표찰을 지면에 꽂는 장미정원 방식도 사용된다. 영국의 수목장은 모두 공원묘지 시설 내에서 이뤄지며, 기존 묘역을 이장할 때는 대부분 수목장으로 전환한다.
화장률이 높은 국가인 스웨덴도 모범적인 자연장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자연장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10개의 시립묘지 중 8곳이 자연장이다. 400㏊의 대규모로 산골(散骨) 및 잔디·화초형으로 조성하며, 별도의 추모장소, 회상의 숲, 산책로 등의 시설도 함께 마련한다. 회상의 숲과 관련된 조례도 있는데, 스웨덴의 수도이자 화장률이 90%가 넘는 스톡홀름시의 장묘 관련 조례에는 ‘회상의 숲’을 익명의 특성을 가진 무덤으로 분골이 공공의 장소에 묻히거나 뿌려질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또한 산골 장소에는 표시를 하지 않으며, 개별적으로 꽃 등의 식물을 심거나 정돈하지 못한다고도 정의했다. 안치방법을 보면, 화장한 분골을 뿌리거나 묻을 수 있으며 유골함을 묻는 경우에는 약 20㎝ 깊이로 묻는다. 독특하게 옥수수 성분으로 된 재질의 유골함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집단묘지 내 자연장 장소에 하지 않을 경우 주 정부의 허가를 받아 화장한 유분을 처리해야 한다는 유의사항도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톡홀름 시립 묘지인 스콕스시르코고덴(Skogskyrkogarden) 묘지는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장소는 별도로 있으며, 산골을 할 때 유족들을 일절 숲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묘지관리소 직원이 직접 산골을 한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