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일
도라지를 찹쌀고추장에 찍어 몇 잔 사발을 들이키니 도라지 냄새가 간밤을 지나 새벽까지 왔다. 닭 울음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나는 산속에 외따로 떨어져 피어 있는 한 송이 도라지꽃! 이럴 때면 으레 바닷가 고향 마을에서 먹던 간간한 우럭젓국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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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닷속 그 맛의 진국이 펼쳐진 검은 늪에 노랑부리저어새처럼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을. 시원하면서도 뒤끝이 개운한 맛인, 억센 우럭 뼈가 내뱉은 해탈의 맛이 새벽 꽃밭에서 서늘하게 나를 불러 세웠다. 비리지 않은 목소리로 허공에 담백하게 외칠까. 진미 났다!
하재일 시인의 감각과 그 감각을 표현하는 상상력은 섬세하면서도 스케일이 크다. ‘우럭젓국’에서 진한 ‘바닷속 맛’으로 비월하는 상상력! 우럭젓국은 우럭의 ‘살-삶’을 지탱해주었던 뼈에서 우러나왔기에 그 맛이 진하면서도 우럭의 ‘해탈’로부터 우러나온 것이기도 하기에 그 맛은 시원하고 개운하다. 시에 따르면, 삶의 ‘진미’는 죽음에 의해 다다르게 될 삶의 뿌리로부터 해탈되어 우러나올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