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태초에
하느님이 의자를 만들 때
그 곁을 달려가던
말의 영혼을 불어 넣었다
목뼈를 곧게 펴고
먼 곳을 바라보는 자세에
안장을 얹은 것도
하느님의 전직인 목수였다
사람들이
목뼈에 등을 기대고 돌아앉을 때
의자는
혼이 떠난 사물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가끔씩 거꾸로 앉아 소리칠 때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의자에 깃든 말의 영혼은 눈을 뜬다
그때마다
어디선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 들려온다
아이들은 사물을 그 사물의 기능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유로운 놀이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나아가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발동되는 상상력에 따라 그 사물과 자유로이 즐거우면서도 내밀한 관계를 맺는다. 시인은 이러한 아이의 상상력을 이어 받아 사물들이 살아 있는 동물-위의 시에서는 말-로 변신할 수 있음을 포착한다. 그리하여 그는 사물의 영혼 속에 스며들어 있는 생생한 신성을 불러내는 데 성공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