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영
가까운 이의 부고를 받고 돌아서는데
죽음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를 데리고 갔던 자여서
안부라도 물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중략)
엄마는 파란만장,
전생의 빗장을 꼭꼭 걸어 잠갔을지도
모르는 엄마를 불문율에 부쳐주고 싶은 것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만날 수도 없는
엄마는 비행기,
엄마는 여객선,
엄마는 기차….
기차만 보면 맹목적으로 손을 흔들며 달려가는 아이처럼
이런 날은 아무한테나 마음이 달려간다
(중략)
엄마를 떠올린다는 것은
폭설을 맞으며 소실점 밖까지 배웅을 가는 일만 같아서
여름 한낮이 문득 춥다
죽음이 데려간 ‘엄마’를 떠올린다는 일은 “만날 수 없는” 존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일이다. ‘엄마’를 붙잡으려고 하면, ‘엄마’는 이미 “소실점 밖”에 있는 비행기나 여객선, 기차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를 떠올리면서 시인은 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시인은 아이가 되어 그리운 ‘엄마’를 떠올리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그 떠올림은 “여름 한낮”도 춥게 보내야 하는 시간을 가져오지만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