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의 후보들이 주어진 시간(7분)에 따라 각자 적어온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발표회여서 상호간의 경쟁력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표내용도 기존 언급된 자신의 공약들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이 저를 정치에 불러낸 이유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져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홍준표 의원은 “현 정권이 만든 공수처, 탈원전 등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퍼주기에만 집중하는 분배 포퓰리즘의 유혹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은 1% 승부로,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 교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추첨을 통해 장성민, 안상수, 박찬주, 장기표, 윤석열, 홍준표, 황교안, 박진,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유승민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이 자신의 발표를 마친 뒤 자리를 떠 마지막 유승민 후보가 발표하던 차례에는 박찬주, 하태경, 황교안, 최재형 후보 4명만이 남아있었다. 홍준표 의원은 비전발표회 직후 “초등학교 학예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을 정도다.
국민의힘은 어제(26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제 본격적인 경선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각 후보간의 경쟁도 전과는 다르게 격화될 것이다. 당 선관위 주관으로 실시되는 경선은 후보간의 정책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자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각 후보들을 상호검증하는 열띤 토론이 열려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앞으로의 경선과정이 이번 비전발표회처럼 감동없이 치러질 경우 야당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