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경
아마 동쪽에서 왔을 것이다
저 울음은
무릎을 꺾어 가면서까지 온전하게
제 등을 내어주는 늙은 낙타의 순종은
걷고 걸어도 사막
꿈속에서도 사막
자고 나도 사막일 것이다
일찍이 깃들지 못한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현기증 나는 증발이 사방에 펼쳐져 있고
아직 도착되지 않은 내일이
성긴 가루가 되어 발가락 사이를 더 넓게 벌려 놓았다
움푹 팬 기억을 더욱 구부려 울음을 새겨 넣는 일은
바람이 시키는 일일까
(중략)
위의 시에 따르면 삶은 “걷고 걸어도” 끝없이 펼쳐져 있는 사막이다. 사막의 삶에서 펼쳐지는 “현기증 나는 증발”로 “일찍이 깃들지 못한 나무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 시시각각 나타나고 사라지는 사막의 시간에서 시인은 “움푹 팬 기억을 더욱 구부려 울음을 새겨 넣는”다. 이 새겨 넣기 작업이 바로 시 쓰기일 터, 이에 따르면 시란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허공에 새긴 울음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