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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노튜브 존

등록일 2021-08-24 19:37 게재일 2021-08-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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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유튜버를 받지 않는 일명 ‘노튜브 존’이 생겨나고 있다. /언스플래쉬

출퇴근 길, 그리고 잠들기 전 꼭 빼놓을 수 없는 건 유튜브다. 언제부턴가 책 대신 유튜브로 빈 시간을 때우게 됐는데, 택스트를 읽는 것보다 피로감이 덜하고 손쉽게 유쾌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연예인이 유튜브에 뛰어 들었고, 먹는 방송은 ‘mukbang’이란 이름으로 전세계적인 유행을 이끌고 있다. 초등생의 직업 선호 1위도 유튜버라니. 유튜브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일상 가까이 거대하게 존재하고 있다.

며칠 전 유명한 식당 앞에서 유튜버는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봤다. 일명 노튜브 존(No-Youtuber zone)이라 부르는데, 말 그대로 유튜버는 식당 입장이 제한되며 이 안에선 어떤 영상 촬영물도 찍을 수 없단 뜻이다.

한때 논란을 일으킨 노키즈존에 이어 최근엔 맛집 위주로 노튜브 존이 성행하고 있다. 사전에 합의 없이 대뜸 현장에서 촬영 가능 여부를 묻는다거나, 약속 없이 주방까지 촬영을 하는 무분별한 방송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단 이유에서다. 2019년 한 개인 방송인이 동의 없이 가게 주방에 들어가 점원과 손님에게 피해를 준 이후 생기기 시작했다.

유명한 일례로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또한 가게에 들어가 음식이 맛이 없단 평을 남겼고 결국 그 가게는 손님의 발길이 끊겨 폐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피해를 입히는 방송인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만 있는 게 아닌, 다양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영상물, 과감 없이 드러내는 콘텐츠로 이슈를 만들어 내며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오래전부터 빈번했다. 개인방송에 대한 엄격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일부 가게가 나서서 노튜브 존을 선언한 것으로 보여진다.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이야길 한다거나, 대뜸 춤을 추거나 과한 리액션으로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몇몇 개인 방송인을 본 적 있다. 한때 한 플랫폼에선 길거리에서 예쁜 여성을 발견 하여 외모 평가를 하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몇몇 개인 방송인은 야외 촬영시 시청자가 후원하면 금액에 맞는 리액션을 장소나 상황 불문 보여준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건 태도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춤을 춘다거나 과도한 리액션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데 개의치 않아 한다.

문제는 이 뻔뻔한 행동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금전적인 이익을 얻으며, 이를 단순 흥미로 받아들여 즐기는 구독자가 존재한단 거다. 10대와 20초반 사이에서 자주 쓰는 언어나 유행어도 대부분 이들의 영상 속에서 등장한 것인데,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는 유행어나 성적 조롱은 정말 가만히 듣기 힘들 정도다.

그러니 노튜버 존을 내건 식당들의 입장도 이해 간다. 실시간 방송은 주위 손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할 수 없으니 고스란히 얼굴이 공개 되는데,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손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촬영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하고 식사를 즐기러 오는 사람에겐 충분히 방해 될 수 있다. 더한 문제는 무료 홍보를 약속하며 공짜 식사나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하는 방송인도 있다는 점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무례한 개인 방송인 때문에 양심적인 방송인 까지 모두 난처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엄연히 사업장은 업주가 노력을 들인 공간이고, 진상 고객을 거부하는 것 역시 가게 주인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출입 금지라는 극단적 상황에 안타까우나, 법으로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니 어찌할 수 없이 택한 선택일 것이다.

게다가 노튜브존만 성행하는 것이 아닌, 중고등학생의 출입을 막는 노 유스 존, 카페에서의 공부를 막는 노 스터디 존, 침을 뱉는 다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행위 때문에 등장한 노 래퍼 존 등등 다양한 이유와 형태로 입장을 막는 곳도 있다. 어떤 이유로 특정인의 출입을 막는 곳이 있다는 건 마냥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닌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최선은 나의 태도를 다시금 점검해보는 일일 것이다. 많은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건 어떤 이유든 정당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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