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
개와 강아지는
나쁜 놈과 착한 놈만큼의 거리다
낮과 밤만큼이나 멀고도 가까운 사이
욕과 칭찬만큼이나 적대적인 관계
개는 부정어의 접두사
강아지는 사랑의 대명사
천한 것은 개
자식이나 손주처럼 귀한 것은 강아지
세상의 모든 강아지는
개를 빌려 세상에 나왔고
세상의 모든 개들도
강아지를 거쳐서 왔다
밤이 낮을 품고 낮이 밤을 품듯
우리는 하나다
비틀비틀 취객 하나가 내 옆을 스치며
“개새끼”하고 지나간다
불교의 ‘불이론’에 따르면 낮이 밤을 품고 밤이 낮을 품고 있듯이 상반되어 보이는 두 사물이나 상태는 ‘불이(不二)’다. 강아지는 개를 통해 태어났고 개는 “강아지를 거쳐서 왔다.” 그러니 취객이 시인에게 던진 ‘개새끼’라는 욕에 대해 시인은 개의치 않는다. ‘개새끼’는 욕이지만 사실 강아지를 지칭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개새끼’라는 말 자체가 ‘불이론’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