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즐기며 즉각적 반응 스타일<br/>합당 추진하며 감정싸움 키우고<br/>당 후보와 대립… 소통 행보 절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이 대표의 ‘야권 빅텐트’ 구상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측 모두 합당 결렬에 책임이 있지만, 이 대표와 안 대표의 오랜 악연에 더해 이 대표가 합당과 관련해 지나치게 자존심이나 감정을 돋우는 발언을 일삼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자신을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하거나 “안 대표의 과거 정치가 미숙했다”고 말하며 협상 파트너인 안 대표를 깎아 내리는듯한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끊이지 않는 갈등에는 이 대표 특유의 스타일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지지율 위험”, “탄핵의 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등의 도발적 발언으로 윤 전 총장 측의 반발을 샀다. 윤 전 총장의 입당 이후에도 토론회 참석 공방에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까지 더해 양측의 감정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이같은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 대표가 자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거나 흠집 내는 방식으로는 정권 교체 가능성을 낮출 뿐이라는 것이다. 0선의 30대 당 대표로서 국민의힘의 지지층 저변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당 운영이나 대선 경선관리 측면에서 발언의 적정 수위를 지키며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토론회 개최 여부, 선거관리위원회 출범과 선관위원장 인선 등을 놓고 결정해야 하지만 대표와 최고위원간 이견이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먄약 최고위가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내부 갈등이 폭발, 이 대표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현재의 위기국면을 극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윤 전 총장과 직접 회동하거나 토론회 개최에서 한발 양보하는 방식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