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주 경준위 토론회<br/>‘준비 부족한데 집중난타 맞을라’<br/> 불참 여론 거세지는 윤석열 캠프 <br/> 한편선 ‘비난 어떻게 해’ 딜레마<br/> 경쟁 주자들은 ‘참가’에 적극적<br/>“이대표와 갈등 보기좋지 않아" <br/> ‘대립각’ 비판 목소리도 커져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올리기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이는 윤 전 총장 캠프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경선준비위원회 주관 합동 토론회 참석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윤 캠프에서는 분명한 참석 기준이나 명분 없이는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준위가 예비 경선 규칙을 정하고 토론회를 주최하는 것은 당헌·당규에서 주어진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캠프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캠프의 이같은 반응은 입당 직후부터 계속돼온 이준석 대표와의 주도권 싸움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현실적 이유가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즉, 현실 정치에 대한 학습이 덜 된 상황에서 토론회에 참여했다가 다른 대권 경쟁자들의 집중 포화 속에 준비부족을 노출하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토론회에 불참할 경우 국민의힘 당원들과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오만하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어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윤 전 총장은 11일 토론회 참석 여부에 대해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고 캠프에서 이야기가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도부의 요청과 캠프 내부 합의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참석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다른 경쟁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의 이런 ‘딜레마’를 의식한 듯 일제히 토론회 참석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준위가 추진한 경선 후보 봉사활동, 간담회 등에는 개인 휴가 등을 이유로 불참했던 홍준표 의원도 토론회에는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도 “악법도 법이니까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우리는 정책 선거, 실력 투표를 위한 당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토론회 참여를 독려했다.
다만 윤 전 총장과 비슷한 시기에 정치에 입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측은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최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경준위가) 신중을 기했더라면 좋았겠다”면서도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경준위 주도의 대선후보 토론회 개최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 당 지도부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서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이 지지율 1위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돌고래로, 다른 후보들을 고등어와 멸치로 빗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이어 “돌고래팀(윤석열 캠프)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면서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멧돼지와 미어캣은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일방통행식 토론회 개최를 비판하면서 경준위의 월권 논란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후보 측도 반발하고 있고, 또 최고위원인 저도 반발하고 있는데, 권한이 아니라고 그만큼 이야기해도 막무가내로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면서“경준위가 출범할 때 (이런 토론회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런 것 하겠다고 보고한 적도 없고, 하라고 용인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토론회를 개최하고, 후보자들 보고 나오라 하고, 안 나오면 그것을 근거로 해서 (지도부 패싱이라고) 비판을 한다”며 “경준위 본래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권한 밖의 행위이고, 강행하려는 의도도 이해가 안 간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와 대립하는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 대선캠프의 오신환 종합상황실장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이 포용성 있게 본인의 길을 가는 것이 맞지,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는 것은 야권 전체에서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며 “1위 주자가 경선 과정도 원하는 대로 주도할 수 있다는 식의 오만함이 보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