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부근 토사·암석 수십t 우르르<br/>관할청, 사고 발생 3주 지나도록 <br/>사고 위치·피해 파악도 못해 빈축
[울릉] 울릉도 앞바다의 섬인 죽도가 무너져 내리고 있으나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죽도는 울릉도 부속도서 44개 중 가장 큰 섬으로 대나무가 많이 자라 죽도(竹島) 또는 댓섬으로 불린다.
지난달 13일 죽도 정상 진입로 부근에서 수십t의 토사와 암석이 바다로 흘러내렸다.
죽도 주민 김유곤(53)씨 등 목격자들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진 토사와 암석이 수심이 깊은 바다 웅덩이를 모두 메워 족히 100t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산사태 발생 이후 지금도 토사와 암석이 흘러내리고 있어 불안하다”며 “태풍이라도 오면 사고현장 주변 모두 붕괴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죽도를 관할하는 남부지방산림청은 사고 발생 3주일이 지나도록 사고현장 확인은 물론이고 정확한 사고 위치와 피해규모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배가 없기 때문이란다.
울릉 주민들은 “매일 죽도로 가는 유람선도 있고 죽도 주민이 자주 임대해 왕래하는 개인 선박도 있다”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서 나아가 복지안동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고 입을 모았다.
죽도 산사태 원인에 대해 김씨는 2017년 4월 울릉도 섬 일주도로 유보구간을 개설하면서 터널공사 발파 진동으로 보고 있다.
울릉도에서 가장 긴 터널인 1천900m와 1천500m가 넘는 두 개의 터널을 뚫기 위한 발파작업 공사현장에서 1km 해상에 있는 죽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당시 죽도에 놀러온 어린조카가 잠을 자다가 창틀이 흔들리는 심한 진동에 놀라 깨기도 했고 벽면 군데군데 타일이 균열되기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계속되는 흔들림과 굉음을 못 이겨 ‘최소한의 진동과 소음을 막아달라’며 경찰과 울릉군에 민원을 제기한 후 남부지방산림청에 불편을 호소했지만 울릉국유림관리사무소측으로부터 ‘왜 전화를 했느냐’며 되레 불쾌한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노후한 건물에 대해 시설보수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죽도에 살면서 1년에 한 번씩 꼬박 꼬박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산림청은 주민 불편 등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울릉 주민들은 “죽도는 동화책의 섬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섬”이라며 “붕괴현장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져야 추가 붕괴를 막을 수 있고 죽도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울릉국유림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죽도 산사태 피해규모 등을 확인해 상부에 보고한 후 앞으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죽도는 산림청 소관 국유림으로 울릉읍 저동리 북쪽에 떠 있는 섬이다. 섬 둘레는 약 4km에 이른다.
이곳에는 김유곤씨와 그의 아내 이윤정씨, 아들 민준군 등 3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더덕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올해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객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곤씨의 부모님은 60년 전 울릉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농사를 짓다 돌아가셨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