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 20여 명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출마 선언은 ‘공정 사회’ 건설에 집약되고 있다. 대체로 대선 후보의 공약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잘 반영해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여당 이재명 후보는 ‘공정과 성장’을 통한 ‘희망민국’ 건설을 약속했으며 야권의 윤석열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전면에 걸고 있다.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는 공정의 가치실현을 위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도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사람 우선의 사회’가 공정의 가치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10여 년 전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사회 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당시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로 일약 유명해진 그는 한국 방문길에 우리 대학 초청 특강에도 응했던 것이다. 이번 대선의 ‘공정 사회’ 공약도 결국 정의 문제에 귀결된다. 우리 사회는 성장의 그늘 아래 아직도 ‘불공정’ 관행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내가 하면 공정이고 네가 하면 불공정’ 인 ‘내로 남불’ 사회이다. 아직도 가진 자의 횡포가 계속되는 곳에 공정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사회, 공정사회의 담론은 철학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롤즈는 자유의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기회 균등과 차등의 원칙을 동시에 충족해야 공정한 사회가 된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중과하여 해결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난하고 능력이 부족한 자는 국가가 개입하여 적극 지원한다는 보상 평등주의적 입장이다. 여기에 더하여 왈저는 공정사회는 경제적 가치와 다른 가치도 존중하는 복합 평등주의를 주창한다. 그는 경제적 가치인 돈이 정치, 문화, 교육, 종교까지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직은 공정사회는 ‘완전한 자유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롤즈를 비판한다. 개인의 소유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경쟁이 자본주의의 발전과 성장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자에 대한 과중한 세금을 반대하고 국가의 역할은 시장에 관여하지 않고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적극 옹호하는 미국 보수 우파의 정신적 토양이 된다. 미국 공화당 트럼프 같은 미국 우선주의, 극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케 하는 배경이다.
이 같은 석학들의 공정 담론은 각기 상당한 타당성을 지닌다. 이재명의 억강부약(抑强扶弱)은 평등을 강조하는 롤즈의 복지론에 가깝고, 윤석열의 약탈 정권의 자유 회복은 노직의 보수론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라는 퇴행적인 진영 논리에 빠져있다. 우리 공정 담론은 이제 형식적 정치적 담론을 넘어 절차를 중시하는 민생 담론으로 넘어가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공정사회 담론이 공약(空約)이 아닌 실질적 담론이 되길 바란다. 유권자들은 이재명과 윤석열의 공정담론의 진정성과 이행 가능성을 엄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