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은 지질 명소가 많다. 지질공원의 개념은 2004년부터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10년 제주도가 제일 먼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고, 환경부가 정하는 국가지질공원 13곳 중 경북은 3곳, 그중 하나가 경북 동해안이다. 원생대의 울진부터 신생대의 경주까지 낙동정맥의 동쪽 해안은 융기로 인한 해안단구와 퇴적암, 화성암 또 바다가 갈라지고 용암이 분출하여 냉각된 흔적인 주상절리(柱狀節理)가 지구 생성의 꿈을 보여주며 바닷가에도 육지에도 있다.
경주로 갈 때마다 신비롭게 보아온 달전리 주상절리가 근래 들어 흔적이 희미해지는 듯하여 계곡을 더듬으며 가까이 가봤다. 이 주상절리는 포스코 단지 매립용으로 석재를 채굴하다가 발견된 곳으로, 천연기념물 제415호이다. 약 200만 년 전 신생대 3기 말에 생성된 현무암의 6각 기둥 주름이 높이 20m 폭 100m 규모로 80도 경사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휘어져 병풍 모양으로 둘려진 곳인데 그 틈새에 작은 나무들이 자란 탓이다. 엉겅퀴 꽃이 아름다운 잔디밭에 앉아 옛날 용암이 흘러내렸을 뜨거웠던 이곳을 상상해보며 고개를 들어 고요한 달전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아본다.
경주 양남 해안도 주상절리의 야외박물관이다. 드라이브를 즐기며 읍천항으로 가서 조용한 포구 한켠에 주차하고 둘러보니 벽화 그려진 방파제와 빨강 하양 초록의 등대가 곱다. 하서항까지 1.7km의 ‘파도소리길’을 걸으며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보기로 한다.
입구의 나무 계단을 올라가 조금 걸으니 긴 출렁다리가 걸려있다. 언덕에는 예쁜 펜션들이 바다를 보고 있고 발밑의 파도 소리 들으며 걷노라면 확 트인 절벽 위에 우람한 전망대가 보인다. 1층 전시실을 둘러보며 2017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536호의 이야기를 머리에 담고 4층으로 올라가면 주상절리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아래 활짝 편 부채꼴 주상절리가 파도에 씻기며 흥겨운 노랫가락을 들려주는 듯하다. 좌우로 펼쳐진 까만 바위들도 정겹다. 내려와 오솔길을 걷다가 몽돌해변에서 작은 돌탑도 쌓아 봤다. 길섶에 핀 야생화들을 만져보며 1km 남짓한 바닷길을 걸으면 위로 솟아오르고 기울어지고 누워있기도 한 여러 모양의 주상절리가 떡가래처럼 포개어져 있다. 그 위에 기대어 억겁의 시간을 가늠해 보기도 하며 하서항까지 왔더니 긴 방파제 끝에 빨간 ‘사랑의 자물쇠’ 조형물이 있다. 그 안에서 아내와 팔 벌려 하트 모양을 찍고 되돌아오는 길, 솟아있는 주상절리 위에 앉은 흰갈매기 떼는 바닷가에 꽂아둔 하얀 꽃다발 같다.
오는 길에 문무대왕암을 보러 백사장에 내려가니 무슨 소원을 비는지 굿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감은사지도 들러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쌍탑을 돌아보고 대종천 어귀의 이견대에 오르니 만파식적이 들리는 듯하고….
해거름 무렵 해안도로를 달려 구룡포 삼정리 주상절리로 갔다. 1억3천만 년 전 화산폭발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한 현무암의 모습이 규모도 크고 좋은데 잘 가꾸었으면 한다. 이 호랑이 꼬리의 뜨거웠을 열기가 우리 한반도에 고루 퍼져 새로운 동북아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