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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공짜로 먹는 방법?

등록일 2021-06-28 20:02 게재일 2021-06-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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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선 배달 음식 공짜로 먹는 방법에 대한 글이 화제다. /언스플래쉬

한 달 정도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공들이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금요일 저녁이 되면 배달 앱을 열어보게 된다. 클릭 몇 번만으로도 깨끗하게 손질된 샐러드와 채소 주스를 집 식탁 위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으니까. 훨씬 다양한 재료가 섞인 질 높은 샐러드를 먹는 것도 좋거니와 직접 채소를 고르고 씻고 손질하여 믹서기에 갈아야만 주스 한 잔이 완성되는, 그 아주 번잡한 수고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니! 게다가 식사를 마친 뒤 남는 시간엔 취미도 즐길 수 있고, 잠도 빨리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합리적으로 손쉬운 행복인지!

그치만 이 편안한 과정을 습관으로 삼는 순간 식사는 끼니를 해치우는 행위로 변질하고 만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미리 반찬을 만들어 두고, 밥을 지어 냉동고에 소분 해 놓는 과정 자체가 확연히 생략되니 일상의 질도 ‘빨리’와 ‘대충’으로 대체된다.

게다가 일회용품이 가득 쌓인 쓰레기통을 보자면 대단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단 위기감마저 드는데, 나의 쾌적함을 위해 택하는 것들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괴로울 수밖에.

최근 인터넷에선 배달 음식 공짜로 먹는 방법에 대한 글이 화제로 떠올랐다. 음식을 시킨 뒤에 재료가 상했다는 둥, 맛이 변했다는 둥, 열어 보니 알 수 없는 벌레가 들어 있다는 등의 불만을 배달 앱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있지도 않은 문제점을 애써 발설’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 대부분 환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니 결론은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가 배달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별점이나 리뷰를 악용하는 이를 블랙 컨슈머라 부르는데, 나날이 그들은 자신이 가진 별점과 댓글을 권력이라 착각하며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최근 한 블랙 컨슈머가 자신이 주문한 새우튀김이 상했다며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자 이를 대응한 해당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위의 문제가 심각히 불거지면서 각 배달 앱에선 리뷰 전담 대응팀을 꾸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상태다.

한 배달 업체 측은 악성 댓글이나 별점 테러가 심각하다 판단할 경우 30일 비공개 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30일간 비공개 처리되는 동안 새로운 리뷰가 쌓여 아래로 밀릴 테니 거의 삭제나 다름없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하는 것일 뿐, 별점 하나에 자신의 인생까지 되돌아보게 된단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불랙컨슈머가 나날이 날뛰는 데에는 이 사람이 블랙컨슈머인지 판단할 수 없는 불투명한 정보 때문일 것이다. 가게의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행사하는 권력에 비해 이 사람이 몇 번째 주문인지, 과연 댓글이 믿을 만한 정보인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단할 수 있는 팩트 체크가 없다.

그러니 아이디 옆엔 신뢰성을 확인 할 수 있는 등급이라든지 어떠한 표식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블랙컨슈머는 하나의 가게에서만 별점 테러를 남기는 것이 아닌 여러 가게를 돌며 같은 행위를 반복하므로, 이 사람이 블랙컨슈머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또한 별점 높은 순으로 음식점을 정렬하는 부분도 불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가게를 별점으로 성적을 매겨서 나누어버리는 건 특정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획일화하겠단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고 각 가게마다 음식 맛이 다를 수 있는데, 굳이 별점을 내세워 순위로 나열하는 것이 꼭 필요한 건가 싶다.

별점이 높을수록 맛집으로 평가되는 만큼, 별점 조작이나 알바를 고용하여 리뷰 작업을 맡기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는 리뷰가 정보 공유를 하는 공간이 아닌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으로 변질되므로,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정직하게 장사하는 가게와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들뿐이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누군가는 세상살이 다 그런 거라며, 정직함만으로 세상을 헤쳐 나아갈 수 없단 말을 덧붙이지만. 글쎄, 세상은 왜 헤쳐 나아가야 하는가. 댓글과 별점 테러로 내가 가진 힘만 과시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없는 부분을 보완하며, 나란히 걸어가는 삶도 있다. 그리고 인간은 후의 세상을 꼭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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