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척수장애인 14명 등 총 22명<br/>포항시패러글라이딩協 도움으로<br/>곤륜산 정상 패러글라이딩 활공
“저렇게 황홀한 경험이 저분들에게 또 있을까요?”
지난 25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선 시점. 최근 들어 지역의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포항 곤륜산 정상에 때아닌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상에 마련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는 한창 패러글라이딩을 준비하는 전문 동호인들 사이로 산의 고도(高度)와 어울리지 않는 휠체어가 여러대 보였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인들은 어색하게도 모두 헬멧을 쓰고 있었다.
포항시패러글라이딩협회는 이날 포항지역 척수장애인들에게 패러글라이딩을 무료로 태워주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방금 전 상황은 회원들이 한 시간여 동안 준비한 끝에 시도한 첫 번째 비행이 실패한 이후였다. 이날 비행을 위해 대한장애인패러글라이딩협회로부터 ‘특수 제작 휠체어’까지 직접 공수해왔는데, 첫 시도에 이 특수 휠체어가 망가지면서 실패의 쓴맛을 본 것이다. 회원들은 급하게 장비를 바꿔 다시 비행을 시도했고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척수장애인까지 무사히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하는데 성공했다.
분위기가 한껏 들뜬 상황에서 세 번째 주자로 공지웅 대한척수장애인경북협회 포항시지회장이 나서자 회원들도, 현장에서 구경하던 관광객들도 눈빛이 달라졌다. 120㎏으로 가장 건강한 몸을 자랑하는 공 지회장이 사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기존에 타고 있던 휠체어에서 특수 휠체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만 성인 남성 3명 이상이 달라붙어야 할 정도였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서 도전한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울퉁불퉁한 활공장 바닥으로 인해 특수 휠체어가 균형을 잃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휠체어 가속을 위해 함께 움직였던 4∼5명의 장정들 역시 중심을 잃어 바닥을 뒹굴면서 허벅지와 손 등이 쓸려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공 지회장은 자신의 몸무게가 탓인 마냥 한껏 풀이 죽은 채 허공만 바라봤다.
포기하지 않고 회원들은 다시 한 번 하네스를 점검하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미는 동안 공중에 뜰 때까지 절대 손을 놓아선 안된다”고 의견을 모으고서 다시 한 번 도전했다. 두 번째 도전 만에 공 지회장이 비상(飛翔)에 성공하자, 군중 사이로 감격에 찬 감탄사들이 연발로 터져나왔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휠체어 위에 앉아 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제 몸을 온전히 가누지 못했던 장애인이 눈앞에서 하늘을 나는 장면이 가져다준 벅찬 감동이었다. 이날 공 지회장을 포함해 포항지역 척수장애인 14명과 보호사 8명 등 총 22명이 포항시패러글라이딩협회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비행의 즐거움을 맛봤다. 당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예정됐던 이 행사는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영기(61)씨는 “장애인이 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처음 패러글라딩을 타봤다”면서 “타기 전에는 정말 설렜고, 타고나서는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최상혁 포항시패러글라이딩협회장은 “3년 전 포항에서 열렸던 패러글라이딩월드컵 이후부터 포항척수장애인지회에서 꾸준히 연락이 왔었고, 날씨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드디어 이번에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많은 분들에게 무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바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