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하 사단에 지침 보내면서<br/>급양담당·감독관 소홀 결론<br/>현장 간부들 “부식·배식 증량 등<br/>지휘부 차원 대책없이 일선 탓만”
지난 14일 저녁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해병대 제1사단 격리시설 석식’으로 추정되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저녁 메뉴를 밥과 돈육김치찌개(돈육없는), 양파간장절임, 치킨샐러드, 총각김치로 소개한 글쓴이는 “(치킨샐러드에) 닭가슴살 한조각을 집으니까 블랙홀이 생겨서 국에 밥 말아먹었다. 평소에도 좀 부실한 편이고, 다들 라면을 많이 먹는다”고 적었다.
논란의 사진은 반나절만에 사실로 판명됐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부대에 최근 신병들이 전입하면서 부식이 부족해졌고, 이 여파로 부대원들의 식사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병대 제1사단은 15일 공식 입장을 통해 “격리시설별 석식 배식 결과를 확인한 결과, 일부 부대에서 도시락을 담는 과정에서 정성이 부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급식과 관련한 전 과정에 있어 감독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더욱 정성껏 확인하고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해병대는 앞서 지난달 23일 ‘육대전’에 연평도 격리시설 급식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칭찬세례를 받았다. 육군 등에서 터져나온 부실급식 폭로에 국방부와 정치권까지 나서서 진화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해병대 급식’은 단연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3주만에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날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지휘관들의 볼썽사나운 태도가 더욱 큰 문제로 지목된다. 15일 해병대 사령부는 예하 사단 등에 CMC(해병대사령관) 지침을 보내면서 이번 사안이 현장 급양담당 및 감독관의 책임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식이 부족한 상황을 알고 있었던 현장 간부들이 추가 부식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침을 받아본 일선 부사관 및 장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부식의 총량을 늘려 1인당 배식의 양을 늘리거나 질을 높이는 등 사령부 차원에서의 어떠한 대책도 없이 결과론적인 사고방식에 따른 책임소재 떠넘기기에 급급한 지휘부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사안 이후 부대 인원과 격리시설인원 간의 역차별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병대 부사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령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걸 보고 해병대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사건의 본질은 현장의 부적절한 대응이 아니라 육해공군 가운데서 가장 부실한 대접을 받는 해병대의 현실이라는 걸 지휘부가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