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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외모 관리로 ‘노마스크’ 기대감 UP

김민정기자
등록일 2021-06-15 20:05 게재일 2021-06-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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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시국 남녀불문 많이들 한다는 성형시술 견적 상담기
코로나 사태로 거리에서 민낯이 사라졌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생김새는 물론 표정까지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대구 신천둔지 체육공원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경북매일DB

어딜 가나 마스크를 써야 하는 코로나 일상에 사람들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거리두기로 만남이 뜸해진 것도 있지만, 다들 눈만 빼놓고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니다보니 서로의 생김새를 찬찬히 들여다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서다. 주변엔 온통 마스크만 둥둥. 민낯이 실종됐다.

갖가지 규제가 파고든 삶 가운데 뜻밖의 자유가 생겼다. 이름하야 ‘어차피 마스크 쓸 거니까’ 자유. 남자는 매일 귀찮게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되고, 여성들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로 외출하며 묘한 홀가분함을 느낀다. 마스크 착용으로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마저 자연스레 가릴 수 있게 돼 얼굴 치장에 드는 수고를 덜게 됐다.

어느덧 코로나 팬데믹 2년차에 접어들어 이젠 한 몸과도 같은 마스크에 의지해 외모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법하다 싶었더니 아뿔싸, 섣부른 짐작이었다. 이 시국을 빌려 마스크로 가릴 수 있는 부위를 ‘새로고침’하겠단 사람이 성형외과에 줄을 선단다. 올 6월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곧 ‘노(No) 마스크’ 시대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으로 외모 관리에 막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마스크 착용을 빌미로 요즘 많이들 한다는 성형술이 궁금해진 기자는 취재를 핑계 삼아 견적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미리 고백하건데, 서른 중반 여성인 기자는 넘치는 볼살에 둥근 얼굴형을 가졌다. 십대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들은 “젖살이라 나중에 크면 다 빠진다”고 했지만, 정작 빠져야 할 얼굴살은 서른 넘어서도 그대로인데 큰소리치며 장담하던 이들은 전부 발을 뺐다. 동글동글하고 넙데데한 얼굴에 입체감을 불어넣어줄 병원을 수소문해 대안을 찾아 나섰다.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사람들 ‘얼굴’ 보기 힘든 코로나 팬데믹 2년차

마스크로 가려진 틈 타 얼굴성형·피부상담 등 줄이어… 대기는 기본

외모 콤플렉스 해결에 보톡스·필러 등 단시간에 간단한 시술로 인기

금전적 부담 크지만 병원선 부작용·위험성 설명은 뒷전, 효과 얘기 뿐

□ 성형 진입장벽 낮아지고 5분짜리 시술 성행

현대의학의 놀라운 효과를 기대하며 지난 8일 포항의 한 성형외과 의원에 도착했다. 얼굴에 직접 칼을 대지 않고 피부에 주사제를 주입하는 방식의 비수술적 치료를 주로 하는 곳인데, 업계에서는 ‘쁘띠 성형’,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는 보통 ‘시술’로 불린다.

로비에 들어서자 예닐곱 명이 등받이가 없는 소파에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남녀 한 커플 외엔 모두 여자 손님. 창구에 앉아 있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약을 했는지 물었다.

첫 방문이라 상담부터 받고 싶다 했더니 인적사항을 간단히 적어달라며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접수를 마친 뒤, 직원은 “예약 손님을 우선 진료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순번 대기 중인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려 맨 뒤쪽 소파 끄트머리로 가 자리를 잡았다. 긴장감에 자꾸만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영락없이 초짜 티를 냈다.

그 사이 자동문이 열리고 180cm 정도 돼 보이는 남성 2명이 들어왔다. 실내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말소리가 없어 워낙 조용한 탓에 이들이 창구에서 나누는 대화가 귀에 선명히 박혔다. “오늘 제모 3회차 맞으시죠? 잠시만 앉아 기다려주세요.” 젊은 남자 둘이서 여름대비 털 관리를 하러 온 모양이었는데 수염일까, 겨드랑이일까 어느 부위를 제모하려나 싶어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이○○님, 강○○님, 이○○님” 호명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커플 한 쌍과 여자 한 명이 일어섰다. 이들은 간호사를 따라 대기석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숫자 2가 적힌 진료실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두 손으로 양 턱의 끝을 솜이나 거즈 같은 걸로 누른채 걸어 나와 그 부위에 어떤 시술을 받은듯 보였다. 곧이어 대기 중이던 여성 한 명이 진료실로 들어갔고, 약 오 분 간격으로 다음 차례가 돌아왔다.

이십여 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검은색 재킷과 치마를 입은 여성을 따라 반투명 유리문이 달린 방으로 들어가니 책상에는 ‘상담 코디네이터’라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일반적으로 패션업계 종사자를 칭하는 ‘코디네이터’는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선 환자 상담을 도맡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성형외과 코디네이터의 경우 환자가 코 수술을 원한다면 눈이나 턱선 등 얼굴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해 적합한 시술을 추천하거나 또는 다른 치료를 권하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오늘 어떤 상담을 도와드릴까요?”

“요즘 들어 유난히 얼굴이 평면적으로 보여서요”

“마스크 한 번 벗어보시겠어요?”

가려져 있던 속살을 두 눈으로 확인한 코디는 “얼굴에 볼륨감을 더하면 훨씬 입체감 있어 보일텐데”라며 모니터 화면에 사진을 몇 장 띄우기 시작했다. “여기 보시면, 이 분도 처음엔 얼굴이 세로로 길고 밋밋했는데 여기 볼이랑 턱에 필러를 넣었어요. 보세요, 이렇게. 어때요? 전혀 티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갸름해졌죠? 여기 이 분도 마찬가지”라며 여러 명의 시술 전후 모습을 곁들여 설명을 이어갔다.

“고객님도 코 바로 옆 앞볼 쪽에 필러를 넣으면 얼굴에 굴곡이 생겨서 느낌이 달라질 거예요. 우선 이것부터 해보시고, 다음번에 턱에도 살짝 맞으면 얼굴이 훨씬 작아보여요. 요 턱끝 필러는 워낙 많이 하기도 하고,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 저도 사실 여기”하며 본인 턱을 가리켰다.

처진 얼굴 살을 끌어올려 한 살이라도 더 어려보이게 해준다는 슈링크, 인모드 등 각종 리프팅 시술은 영어인지 불어인지 낯선 명칭에다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 눈동자를 감지한 코디는 야무지게 한 방을 더 날렸다.

“오늘 바로 시술도 가능하세요. 한 10분 정도? 끝나면 얼굴이 조금 부어 보일 수 있는데, 마스크 쓰니까요. 다른 분들도 그래서 큰 걱정 않으시고 상담 끝나면 바로 시술받고 가세요. 내일 출근하거나 일상생활에도 전혀 지장없고요.”

“비용은요?” 본론으로 들어가 얼마인지 묻고 말았다. 직원은 책장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 “여기 표 보시면, 볼쪽 필러는 100만 원에 부가세 별도고요. 음, 저희 병원 처음이시니까 턱 보톡스 서비스로 해드릴게요. 필러랑 같이 하시면 두 배로 효과 보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돈 백만 원이 든다는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번뜩 들어 “생각 좀 해보고 다시 올게요”라고 말했다. 속내를 알아챈 코디는 “비용이 부담돼서 고민이시죠? 그래도 돈 들인 만큼 후회 안 하실 거예요”라며 능숙하게 받아쳤다.

 

□ 마스크 벗는 날, 서로 얼굴 알아볼까?

 

이왕 온 김에 다른 시술은 뭐가 있는지, 인기 있는 걸 추천해달라고 했다. “보톡스랑 필러는 흔하게 하세요. 예전엔 이마랑 눈가를 많이 하셨는데, 마스크 쓴 뒤론 팔자주름을 펴거나 입술을 도톰하게 보이는데 관심이 많아졌어요. 아, 입꼬리 필러도 인기인데. ‘별그대’드라마 나온 탤런트 김수현씨 아시죠? 드라마 끝난 지가 언젠데, 마스크 쓰고 나서 그분처럼 해달라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니까요. 고주파 주사같은 피부 관리는 남자분들도 두 분씩 같이 오셔서 받으시고요. 시술 끝나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2∼3일가량 약간 멍이 들기도 하는데, 요즘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고요. 마스크로 가리니까 누가 알겠어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 이번엔 동네를 옮겨 눈과 코 성형을 전문으로 한다는 병원으로 향했다.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은 듯했는데, 남녀 성비가 비슷한 점이 눈에 띄었다. 병원복도 끝 ‘피부관리실’이라 적힌 곳 앞에는 남자 네 명이 둘씩 떨어져 앉아 대기 중이었다.

마찬가지로 예약을 하지 않아 접수를 마치고 15분 정도 기다리고서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앞서 병원에서처럼 얼굴 고민을 털어놓자, 이곳 의사는 심부볼 제거 수술을 권했다.

70만원 상당의 시술인데, 입 안쪽 피부를 절개해 지방주머니를 제거함으로써 볼살 윤곽이 세련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망설이는 모습을 본 의사는 “천천히 생각해보고 오세요. 상담하면 열 명 중에 절반 이상은 결국 다시 와서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마스크 영향도 있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서 그런지 최근 들어 눈이나 코는 기본이고 가슴 성형도 많이 해요. 지금 코 수술은 한 달 정도 기다려야 예약을 잡을 수 있고요.”

이날 병원 두 군데를 돌아 넉넉히 200만원은 있어야 외모 콤플렉스를 해결할 수 있단 견적을 받았다. 상담 중에 시술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먼저 알려준 곳은 없었다. 남녀 불문하고 외모 관리에 분주한 모습에 이러다 마스크를 벗고서 못 알아보면 어쩌나 싶기도.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을 관찰할 여유가 생겼고, 여행길이 막혀 경비 지출이 줄어든 대신 목돈이 생기자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현상”으로 해석한다.

얼굴 생김새를 어떻게 고치든 성형 여부는 차치하고, 하루빨리 마스크 벗는 날이 오길. 주변 친구와 동료의 코가 예전과 달라진 듯해도 굳이 물어보지 않는 센스도 함께 갖춰서 말이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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