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운전에 상가 돌진 사고까지<br/>자가격리 기간 동료와 드라이브<br/>반복된 사건사고에 시민들 공분<br/>지휘관 교체 상황서 고삐 잡아야
해병대 간부들의 도넘은 일탈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상가에 돌진하는 사고를 내는가 하면, 자가격리 중에 동료들과 드라이브를 떠나는 등 한껏 풀린 군기(軍氣)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과 해병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8시 10분께 해병대 1사단 소속 A하사가 몰던 승용차가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전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과 한 차례 충돌한 이후 중심을 잃은 A씨의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그대로 상가를 덮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다행히 현장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병대 2사단에서는 부대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B하사의 안일한 방역관리가 주변의 질타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9일 출타 복귀 직전 PCR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떠났다. 특히 B씨가 부대 전체의 감염병 예방 및 방역 관리를 담당하는 간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부터 육·해·공군 전방위적으로 사고가 발생, 국군(國軍)을 향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러한 해병대 군 간부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해군과 해병대는 최근 해군본부에서 시달한 ‘특별부대진단’기간을 운영해 군 전체의 기강 확립을 목표로 갑질, 폭언, 음주사고, 성폭력사고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해병대 간부들의 느슨한 태도에 시민들의 분노의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4일 김계환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하루 전인 지난 3일에는 정수용 해병대 제2사단장이 각각 취임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을 들며 지휘관들의 부대 운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태성 해병대사령관을 포함, 지휘부가 전면 교체된 어수선한 상황에서 풀린 고삐를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해병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연이어 지휘관이 바뀌면서 체계나 방향 등에서 조금 혼선이 있기는 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각종 사고들이 터지고 있는데, 다른 군간부들까지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