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맘때가 되면 6·25 전쟁의 상흔이 생각나고 그 일선에서 산화해간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받들고 싶어진다.
올해 6월 6일은 66회 현충일이다. 추모의 마음을 다짐하기 위해 현충탑을 찾아보니, 6·25 전쟁의 최후 보루가 되어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대반격의 기점이 되었던 포항지역에는 28곳의 현충 시설이 있다.
먼저 수도산 덕수공원에 있는 충혼탑으로 갔다. 나루 끝 철길 숲이 시작되는 오른쪽 산길 옆의 하얀 충혼탑 표석을 따라 깨끗한 꽃길을 올라 넓은 계단을 오르면 작은 광장이 나타난다. 육·해·공·해병 그리고 경찰과 학도의용군이 태극기를 높이 들고 힘차게 외치는 좌우 청동 군상 두 개가 중앙에 조용히 선 횃불 모양 탑을 지키듯 한다. 알고 보니 호국영령들의 눈물을 표현한 물방울 조형물이 무궁화 꽃 기단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전투 장면이 길게 새겨진 뒷벽 부조의 뒤로 가면 위패봉안실에는 6·25때 전사한 군인 등 호국영령 2천295위의 위패가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셔져 있다. 탑 앞에 놓아둔 하얀 국화 앞에서 손 모아 묵념을 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내려와 그린웨이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포항여고 앞 ‘학도의용군 6·25전적비’로 갔다. 6·25 당시 포항여중 전투에서 펜 대신 총을 잡고 교복을 입은 채 싸운 71명의 학도의용군을 기리기 위해 5년 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8월 그날 새벽, 북한군과의 전투 상황을 묘사한 아트타일 벽화로 둘러쳐진 잔디밭에는 한 손으로 비둘기를 날리는 학도병 동상과 이우근 학도병의 애끓는 편지가 새겨진 동판이 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라고 절규한 학도병은 끝내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학도병의 편지에 끌리듯 발길을 돌려 탑산에 있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으로 갔다. 짙은 6월의 녹음에 싸인 둥근 기념관은 군번도 없이 산화한 어린 꽃봉우리 47명 등의 영령들이 봉안되어있는 성스러운 곳이다. 조용히 들어가서 정면의 학도의용군들 사진에 목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박격포, 소총, 따발총 등의 무기와 함께 학도명단과 학생증 등 유품들을 살펴보고 현충 시설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자료와 책자를 건네준다.
오른쪽 숲길 입구, 학도병 자식을 애잔한 손짓으로 잡으려는 어머니 동상 옆으로 계단을 조금 올라간 산마루에는 ‘포항지구전적비’가 힘차고 좀 더 오르면 청동 부조의 ‘전몰학도충혼탑’이 우뚝 서 있다. 뒤돌아 내려다보니 동해의 푸른 바다가 평화롭다. 마지막으로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미 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와 ‘포항지구전투전적비’로 가서 흐릿한 비문을 손으로 어루만져 읽고 바닷가에 서서 포항지구 전투를 상상해 본다. 요즈음 SNS에는 숙연히 추념해야 할 현충일이 대체공휴일 논란으로 법석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