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백석은 낚시인들에게도 사랑 받아 마땅하다. “참대창에 바다보다 푸른 고기가 께우며 섬돌에 곱조개가 붙는 집의 복도에서는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즉하니 물기에 누굿이 젖은 왕구새자리에서 저녁상을 받은 가슴 앓는 사람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시기의 바다’)는 시에서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야말로 낚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아닌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의 대목에선 선상낚시를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꽝조사’의 안타까운 심정이 엿보인다.
물론 1930년대 백석이 왕돌초나 관탈도에 가 참다랑어 낚시를 즐겼을 리는 만무하다.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청년이 될 때까지 바다를 보지 못했거나 평북 서남부와 인접한 황해를 본 게 전부였을 것이다. 1929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서야 처음 대양을 보게 된 백석이 일본 혼슈 지방 어촌의 풍경을 그린 것이 위 시다. 가난한 유학생으로 하숙집에 머무는 시인에게 ‘참치회’란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못 먹어 눈물겨울 정도로 백석은 생선회를 좋아한 모양이다.
1935년 백석은 박경련이라는 여인을 짝사랑하게 되고, 이듬해 그녀의 고향인 통영에 세 번이나 찾아가는데, 그때 본 바닷가 마을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 ‘통영’ 연작이다.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이라고 노래했는데, 전복, 해삼, 파래, 아개미(명태 아가미젓)는 통영을 대표하는 해산물이다. 도미(참돔, 감성돔, 벵에돔, 돌돔), 가재미(도다리), 호루기(호래기), 대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낚시의 훌륭한 대상어가 아니었을까?
생선은 확실히 특별한 식재료다. 손질된 것을 시장에서 사다가 조리하는 경우엔 다른 음식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직접 낚은 물고기의 눈을 바라보며 그 숨을 거두어야 하는 ‘낚시 요리’는 각별하고 애틋한 행위다. 한 그릇 음식이 사람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고 숭고한 생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여름, 나는 외판 영업사원처럼 분주해질 예정이다. 백조기 같은 반찬용 물고기들부터 귀한 별미인 한치, 문어를 경유해 고급어종인 붉바리까지 잡으려면 매주 서해, 동해, 남해, 제주도로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먹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둬야겠다. 최근 환경부는 3만5천평 이상 전국 495개소의 주요 저수지를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하여 낚시금지구역으로 봉쇄하겠다고 했고, 전국 지자체들은 서로 경쟁하듯 하천에서의 낚시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정부로부터 수질 관리 예산을 지원 받기 위해 일종의 ‘전시 행정’을 펴는 것이다. 낚시가 수질 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며, 생활하수가 주원인이라는 게 연구결과로 이미 입증됐는데도 낚시만을 탄압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낚시인들이 낚시금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을 제기했고,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심사에 회부된 상태다.
외국에서 낚시는 관광자원이자 중요한 여가다. 여행에서 본 유럽과 북미, 일본의 낚시 행정, 낚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러웠다. 우리도 외국 못지않은 천혜의 황금어장을 갖고 있으며, 낚시인들의 의식도 많이 발전해 환경보호, 어자원 보호에 앞장서는데 낚시를 향한 따가운 시선과 근거 없는 풍문들만 여전하다. 낚시인들도 우리 이웃이고 친구다. 그런데 왜 국가는 ‘금지’라는 족쇄를 걸어 예비 범법자 취급을 하는가? 낚시금지법이 바다로 확대되면, 바다낚시 메카인 경북은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뿐더러 도민들의 생활 만족도도 저하될 것이다. 낚시금지법은 악법이다.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낚시를 해왔고, 하천 오염은 물고기를 얻기 위한 낚시 때문이 아니라 고기를 얻기 위한 축산업과 도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공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자원 남획의 주범은 불법어업이고, 오히려 낚시는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얻어오는 ‘소확행’을 추구한다.
나는 내가 낚시인임이 자랑스럽다. 백석과 동시대에 활동한 윤동주의 시를 패러디하자면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여름으로 가득 차 있”고, “별 하나에 농어와 별 하나에 광어와 별 하나에 한치와 별 하나에 무늬오징어와 별 하나에 백조기와 별 하나에 붉바리… 나는 별 하나에 맛있는 이름 하나씩 불러본”다.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이 계절, 낚시인을 친구로 두었다면 생선을 못 먹고 눈물겨울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