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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쏠려 정책·비전 ‘실종’

박순원기자
등록일 2021-05-30 20:23 게재일 2021-05-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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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치 풍향계<br/>국민 프로듀서의 걸그룹식 당대표 선출?<br/> 국민의힘 컷오프 통과한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br/>‘당원+여론조사’ 이준석 1위·나경원 2위 등… 인기·계파전 소환

“넘치는 것을 경계하고 겸손하게 노력하라.”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전 원내대표의 좌우명이다. 그런데 요사이 그의 SNS 프로필이 ‘인욕(忍辱, 치욕스러운 일을 참음)·하심(下心,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청정(淸淨, 맑고 깨끗함)’으로 바뀌었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말이지만, ‘똑똑 끊어 강조하는 것’이 무언가 의미심장하다. 혹시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컷오프를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지난 28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후보 등 5명의 본선 진출자를 확정했다. 선관위는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 취재에 따르면,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원+여론조사’의 합산 41%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위는 29%의 나경원 전 의원이었으며, 3위는 15%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였다. 홍문표 의원과 조경태 의원은 각각 5%와 4%로 턱걸이에 성공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심을 반영하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무려 51%라는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나 전 의원과 주 전 원내대표, 홍 의원, 조 의원 등은 26%와 9%, 5%, 3% 순이었다. 반면, 당심에서는 나 전 의원이 32%로 이 전 최고위원을 앞섰다. 다만, 그 차이는 1%에 불과했다. 이어 주 전 원내대표가 20%였으며, 조 의원과 홍 의원은 각각 6%와 5%를 얻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마치 인기투표를 통한 당대표 선출을 보는 것 같다.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은 개혁을 통한 정책과 비전을 마련해야 하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 “흥행은 좋지만, 인기 영합주의로 불리는 포퓰리즘이 아니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이유다.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서는 젠더 갈등과 페미를 주제로 한 ‘짤방’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또 일부에서는 미인대회로 착각할 만큼의 사진들이 퍼날려졌다. 당직자들의 한숨소리도 함께.


‘계파 유령 소동’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이후 당내에서는 “이제 국민의힘에 계파는 사라졌다. 계파에 대한 저항이 엄청났던 선거였다” 등의 고질적 계파 갈등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계파라는 유령’이 떠돌았다.


‘계파 유령’의 정체는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지지한다고 알려진 유 전 최고위원을 두고,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견제를 시작한 것이었다. 주 전 원내대표 측은 “유승민 전 의원이 신예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앞세워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 측도 반격에 나섰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은 ‘주호영 지지 문건’을 빌미로 친이계를 언급했으며, “구(舊)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나 후보”라며 친박(친박근혜)을 다시 소환했다. ‘인기 영합주의’와 ‘계파 유령 소동’은 대구와 경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동안 관례처럼 있었던 ‘지역 후보 우선주의’는 인기투표와 계파 유령이라는 상황에 먹혀버렸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대구와 경북이 1위를 위한 ‘베네핏(득을 보다) 지역’으로 전락한 셈이다.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등 ‘TK 패싱’으로 우울했던 모습이 먼 과거처럼 느껴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6월 11일 당심 70%와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본선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달라질 수 있을까. ‘지역 우선주의’를 긍정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대구와 경북을 위한 비전이라도 들어야하지 않을까.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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