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일탈성은 거론되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거론되지도 않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 인권문제의 제기는 남북 화해나 협상에 지장이 된다고 금기시한 결과이다. 유엔에서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상정하고 있으나 정부는 무관심하고 심지어 기권하는 실정이다. 경찰은 최근 북한 인권 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가을 북한인권 정보 센터가 ‘2020 북한인권 백서’를 발표했다. 이 백서는 정보 센터의 담당자들이 탈북민들과의 개별 면접을 통해 얻은 자료이다. 여기에는 탈북자 4만8천822명에 대한 7만8천798건의 인권 실태가 누적 기록되어 있다. 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약 3만5천 명이 1건 이상의 북한 인권 문제를 폭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백서에는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 생존권, 존엄성과 자유권, 거주권 박탈 사례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탈북자들의 북한에서의 경험(40.8%), 목격(33.9%), 득문(18.9%), 확신(0.4%) 등이 증언의 근거가 되고 있다. 탈북민들의 응답이 다소의 확대나 과장은 있었지만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
북한의 인권 백서에는 인간 존엄성과 자유권 박탈(60.3%)사례가 가장 많았다. 북한에서 자행되는 불법 체포와 구금, 고문과 구타에 이어 수감자에 대한 강간, 공중 매달기, 신체불구 골절, 전기충격, 열이나 추위 노출도 빈번하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주민에 대한 거주권 박탈(13.8%)은 강제 추방과 이주, 강제 송환, 여행과 이동 제한 등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심각한 것은 생명권 박탈인데 범법자의 즉결처형, 공개, 비공개 처형, 공무원에 의한 개인적 살해, 강간살해 등(10.4%)이다. 북한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울 때는 생존권이 위협받았으나 이제 북한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위해 생명권 박탈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북한에서 탈북자의 증가는 북한의 인권 침해가 점점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북한 당국은 세습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체제에 반하는 정치범은 무조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낸다. 북한의 소위 특별 독재구역인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침해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탈북자들 상당수가 탈북과정에 붙잡혀 노동단련소나 교화소, 심지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대도 북한 헌법은 인민의 인권조항이 부활되어 있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 문제에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일은 1961년부터 1990년 통일시까지 동독의 인권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우리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책을 세워야 한다. 북한 인권의 단순한 폭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대북 대화나 협상에 현실적인 장애가 된다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