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은 1949년에 공휴일로 지정되어 그동안 헐벗은 산에 많은 나무를 심었다. 학창시절 호미와 삽을 들고 마을의 언덕과 낮은 산으로 나무를 심으러 다녔고 대학 재직 중에는 학생들과 캠퍼스 이곳저곳에 기념식수도 많이 했던 기억들이 선하다. 그러나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된 탓인지 학교나 기관에서 공식적인 큰 식목행사는 없었고 포항시의 ‘나무 나누기’ 행사에 가서 몇 그루 분양받아와 시골집에 심은 꽃나무는 잘 자라고 있다.
요즈음 기후변화 탓인지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져서 개화 시기도 빨라지고 나무 심기 가능한 기온 6.5℃도 4월이면 늦다고 해서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늦으면 잎과 뿌리의 생장이 잘 안 되어 고사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묘목 업체들도 새싹이 나오는 시기에 맞추어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UN이 지정한 ‘세계산림의 날’도 3월 21일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평균기온 1℃ 상승함에 따라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가 5~7일간 앞당겨진다고 하고, 몇몇 지자체나 기업 등에서는 3월 하순부터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내 어릴 적만 해도 국토는 거의 벌거숭이 산이었는데 1962년부터 50년간 약 1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울창한 산림을 만들었고 야산에 올라도 짙푸른 숲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세계적인 조림 성공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은 미래를 가꾸는 일이다’라는 구호처럼 치산녹화사업은 참 잘한 일이다.
지구의 온난화, 대기오염 등으로 생태계 복원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산림녹화뿐만 아니라 주변 공터에도 감, 매실 등 유실수도 좋고 무궁화, 매화, 철쭉 등 꽃나무도 심어서 우리의 주위가 맑고 밝았으면 한다.
식목의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산림은 홍수와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방지하고 산소를 발생시켜 환경개선은 물론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목재와 연료를 공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태양광발전이랍시고 산림을 마구 파헤치는 현장을 보노라면 과연 어느 것이 자연 친화적일까를 마음속으로 되내어 보기도 한다.
건강한 산림은 1ha당 이산화탄소를 연간 10여 t 이상 흡수하여 공기를 맑게 하는 지구의 허파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니 새잎이 트기 전에 뿌리가 먼저 내려 생장할 수 있는 절기에 맞추어 나무를 심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는 애림사상을 마음에 심는 것도 중요하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땅에 꽂아도 싹이 돋는다’는 속담도 있고하니, 청명(淸明) 한식(寒食)의 맑은 절기에 산불 조심하고 찬밥도 먹으며 나무를 심어보자.
식목의 식(植)을 보면 나무(木)를 바르게(直) 심는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정치 풍토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나무를 바르게 잘 심고 가꾸어야 푸르고 맑은 숲을 이룰 수 있듯이 사람도 뜻이 곧고 청렴하고 올바른 인재를 골라 심어야 나라가 튼튼해진다. 이번 식목일에는 집 안뜰에 나무 한 그루 바르게 심고, 나라의 뜰에는 옳은 사람을 심기 바란다. 이번 식목일의 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