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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새싹을 보면서

등록일 2021-02-21 19:35 게재일 2021-0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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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눈이 녹아서 비가 되어 내린다’는 우수(雨水)를 지나고 봄의 기운이 느껴져 가까운 들판에 나가본다. 길가 논밭 두렁에는 연두색이 살아나고 있다. 온갖 풀들이 한 해의 생명을 시작하는 새싹들의 기지개다. 새싹, 식물들에게는 갓난아기- 생의 시작이다.

근래 매스컴에는 이상하리만치 아동학대 사건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의 새싹인 어린이들이 자라기도 전에 심한 고통을 당하고 심지어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는 가슴 아픈 내용들이다.

작년 생후 8개월에 입양된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다가 8개월 만에 병원에서 죽은 ‘정인이 사건’이 있다. 영상에서 밝게 웃고 있는 예쁜 아기가 걸음마도 다 배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도 간 것이다. 또 용인의 10살짜리 여자애는 이모 부부의 물고문 학대로 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가슴이 먹먹한 일이다.

9살짜리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죽게 한 의붓모도 있고, 5살 여아를 때려 숨지게 하고 야산에 유기한 30대 친아버지, 3살 난 딸을 빈방에 방치한 채 재혼한 남자 집으로 이사 가버려 굶주림과 추위에 혼자 죽게 한 22살의 못된 어미도 있다. 이들이 부모일까?

갑자기 불거져 나오는 패륜적인 사건들을 보며 이 사회가 여간 곪아 터진 것이 아님을 이제야 깨달은 듯해서 이 모두가 사회교육과 인간교육의 부재라 생각하고 교육자로서 살아온 나도 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9년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된 것만 4만 건을 넘어섰고 그 80% 정도가 ‘가정 내’이며 겨우 일부만 경찰에 신고되어 조사를 받는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2015년도 이후 5년간 가정학대로 160여 명의 아이가 사망했는데 1세 미만이 45%이며, 친부모 학대가 87% 정도라니 참 세상 요상스럽게 돌아간다. 그 사정을 보면 경제적 어려움, 미혼모, 양육지식 부족 등이다. 무직 26.4% 단순노동 11.3% 주부 11.3%…. 먹고살기 힘들어 자식을, 그것도 어린 새싹들을 모질게 잘라버리다니 인간들이 아니다. 또 ‘코로나19로 닫힌 공간에서의 부대끼는 시간이 많아서, 우울증을 느껴서’라고 하는 얘기도 있지만 요즘 점점 가족 사랑이 사라져가는 풍조는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

학교, 어린이집 등의 보육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언어폭력과 신체학대도 엄청나다. ‘학대’는 아동복지법 제3조에 ‘성인이 아동을 해치거나 발달을 저해할 모든 가혹 행위’ 또는 ‘내다 버리거나 돌보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 만이 학대근절의 직접적인 대안이 아니다. 사회인식 변화의 절실함, 사회 감시망 확대의 필요성 등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하고, 아동학대를 하지 않도록 가정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녀의 체벌은 부모의 권리’라 하지만 체벌과 폭력적 학대는 잘 구별되어야 한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그 두려움으로 사회생활이 불량해지기 쉽고 학대를 한 당사자들도 삶이 온전치 못하리라.

들판에 싹을 틔우는 여린 풀들을 어루만져보며 보며 아이들도 가정과 사회 속에서 따뜻한 사랑으로 잘 보듬어지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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