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br/>(5) 문경시 아동주거빈곤 현장<br/>잇단 농사실패 겪은 문경 A씨네<br/>집 수리, 이사 갈 형편 안돼 막막<br/>60년도 더 된 집은 곳곳 세월 흔적<br/>화장실마저 밖에 있어 개선 절실
단독주택의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버티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이야기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에 더해 주변 지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멀리서 본 이 집은 명당(明堂)이 따로 없었다.
희극인 줄 알았던 이 집에 다가서자 비극이 보였다. 버티다 못해 반쯤 내려앉은 지붕 아래 사는 건 사람만이 아닌 듯했다. 처마마다 거미줄이 쳐져 있어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거미줄에 걸린 저 이름 모를 곤충의 신세가 내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A씨는 “거미줄을 걷어내 봤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똑같아진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한밤중에 지붕을 뛰어다니는 쥐들의 세찬 뜀박질 소리나, 머리맡에서 신경질적이게 움직이는 벌레들의 존재는 이제 아무런 감흥조차 없다고 했다.
문경에 사는 A씨의 집이다. 1960년대에 지어진 집이라 세월의 풍파를 견딘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주 출입문인 창호지문은 외풍을 막기엔 너무나 쓸데없어 기본적인 단열조차 기대하기 어려웠다. 주택 외벽에는 번개가 내리친 것처럼 굵직한 금이 여러 군데 가 있었고, 이를 흙으로 덧댄 자국도 선명했다. ‘어찌저찌’ 응급처치만 해온 모습이었다.
외관상 성한 곳 없는 이 집에 A씨를 포함해 5명이 살고 있다. 슬하에 초등학생 3명의 남아를 둔 A씨는 아이들 걱정이 많다. 옛 집이라 문턱이 높은데, 매번 아이들이 방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턱에 종아리를 부딪쳐 넘어지기 일쑤다. 화장실도 밖에 있어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며 한밤에 대·소변이 마려운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함께 화장실을 가줘야 하는 것도 A씨 부부의 오랜 일이다.
농사에 번번이 실패해 대출만 늘어가는 상황에서 임대 농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을 수리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적은 수입을 통해 빚도 갚고, 요양병원에 치료비도 보내고, 생활비까지 사용하고 나면, 아이들을 위한 흔한 장난감 하나 사주는 것도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불평불만 없이 밝게 자라주고 있는 게 기쁘면서도 슬프다. 삼형제는 하교 후 부모의 논밭일에 손을 보태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는 A씨는 삼형제가 청소년기에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잘 자라주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