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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三無)의 자동차 왕국

등록일 2020-12-13 20:11 게재일 2020-12-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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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저녁 산책을 하며 우현 사거리와 창포 사거리를 걷노라면 퇴근 시간이라 참 놀라운 광경을 본다. 저녁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어둠이 깔리는 긴 도로에는 반짝이며 다가오는 전조등과 반대편으로 몰려가며 점점이 줄지은 빨간 미등(尾燈)이 흡사 크리스마스 장식등 같이 아름답게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자동차 홍수의 시대. 언제부터 우리는 자동차 왕국이 되었는가!

2020년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약 2천400만 대를 넘어 인구 2.1명 당 1대꼴, 1가구 1대의 시대라고 한다. 포항시민을 50만 명이라고 한다면 포항지역에만 20만 대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나는 88서울올림픽이 치러질 즈음 처음 자가용을 가졌다. 그때만 해도 ‘마이카시대’라는 말을 처음 듣고 그 비싸고 귀한 자가용을 어떻게 집집마다 가질 수 있는가? 그런 시대가 온다니 ‘꿈을 꾼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거리에서 자동차의 물결을 보고 있는 것이다.

1955년 ‘시발(始發)’이라는 조립 SUV가 처음 나오긴 했지만 1962년 첫 승용차 ‘새나라’를 연간 100대씩을 생산한 것을 시초로 국민의 인기를 차지한 ‘코로나’가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고, 45년 전인 1976년엔 우리 고유의 브랜드인 ‘포니’를 탄생시켰으며 2010년 이후에는 연간 약 40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세계 5위권에 등극을 했다.

차들이 쉴새 없이 지나가는 낙엽 진 거리의 간이 정류소에 앉아 생각에 잠겨본다. 저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한 자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자동차는 철판으로 만들고 기름을 태워 고무바퀴로 굴러가는데…. 우리나라는 지하자원 종류가 많아서 ‘광물의 표본실’이라고 불리지만 원료인 철광석, 원유 그리고 천연고무의 자원은 거의 전무한 데도 자동차 선진국이라니 신기하다.

철광석은 거의 북한에 분포하며 호주, 브라질 등지에서 연간 약 7천300만 t을 수입하고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서 고품질의 조강생산을 하여 세계 6위 철강생산국이다. 원유는 그야말로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을 중심으로 연간 약 10억 배럴 전량을 수입한다. 그러니까 1일 300만 배럴, 즉 150만 배럴 대형유조선 2척이 매일 먼 바다를 항해해 와야 한다. 그것을 잘 정유하여 42% 정도를 자동차 연료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석유수출국이라는 명예도 안고 있다. 또 타이어를 만드는 원료인 천연고무나무밭은 한 곳도 없는 나라. 물론 100% 천연고무가 아닌 합성고무로 만들고 요즘 말썽이 되고있는 폐타이어를 수입하여 재생 타이어를 만들어 사용한다지만 자동차에 필요한 이들 3가지 원료가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는 삼무국(三無國)이다.

이들을 전량 수입하여 우리의 뛰어난 산업 기술과 제조 능력으로 오늘날의 중공업 산업을 성공시켜 자동차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아침저녁 도심의 넓은 도로를 꽉 채우며 극심한 정체를 유발하는 자동차 홍수의 현실을 보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는 듯하여 앞으로 새로운 연료 방식인 수소차와 전기차의 도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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