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검찰 개혁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등록일 2020-12-08 19:41 게재일 2020-12-09 19면
스크랩버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촛불혁명 이후에도 무소불위의 검찰의 권력은 강화되었다. 민주화 과정의 어려운 고개를 넘었음에도 검찰의 권력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한 치의 양보 없는 갈등 구도는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나라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요구는 검찰개혁의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고,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입장이 강하다. 검찰개혁이라는 문제 본질은 묻혀버리고 정쟁으로만 치닫는 상황이 불편하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합의된 해법은 찾을 수 없을까.

10여년도 훨씬 넘은 오래된 일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느 경찰서장 한 분을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나도 그 식당에 어느 부장검사와 업무협의로 식사가 예약되어 있는 터였다. 그 서장은 내가 이 식당에 온 이유를 알고는 얼른 자리를 피해 나가 버렸다. 당시만 해도 검사는 언제나 갑이고 경찰은 을의 신세였다. 검찰의 수사 기소 독점구조는 경찰에 대한 상하 수직적 구조를 강화시켰다. 학교 대선배였던 그 서장의 불편한 심기를 뒤 늦게 알게 되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검경간의 조정이 이제 겨우 방향만 잡힌 상태이다.

검찰 권력의 비대화 배경에는 지방 토호 세력의 자기 보호 본능도 한 몫 하였다. 과거 유력 기업인, 재력가는 사전 보험 식으로 검찰에 줄을 대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과거 검사인 어느 선배 부친의 시골 상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집 찾기를 우려 했는데 마을 앞 십리 길은 조화가 늘어서고 경찰이 친절히 안내까지 해주었다. 당시 초임 검사도 ‘영감’으로 호칭되고 어느 자리나 상석에 배정되었다. 몇 해 전 유림 향사에서 젊은 검사가 초헌관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왜곡된 문화가 검찰 독점 권력의 온상이 되었다.

과거 재직 시 잠시 학생관련 보직을 맡아 공안 검사들과 수차례 만난 적이 있다. 검찰의 조직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부장 검사 옆의 젊은 검사는 항시 긴장하는 모습을 보았다. 회식에서도 부장 옆 자리의 젊은 검사들의 순종하는 모습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상관이 건배사로 ‘좌익 척결’하면 아랫사람이 ‘우익보강’하던 시절 이야기다. 검사 동일체 원리는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의 온상이 되었다. 윤 총장의 징계 회부에 전 검찰 조직이 들썩이는 이유도 결코 이러한 조직문화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검찰 조직문화는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 문화와 융합하여 검찰 개혁을 어렵게 한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당연한 귀결이고 여론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관행이나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까스로 입법화된 공수처는 하루 빨리 가동되어 살아 있는 권력인 검찰도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검경간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원칙은 엄격히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내부의 조직적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은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