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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수사 방해… ‘무법천지’를 원하는가

등록일 2020-11-10 19:47 게재일 2020-1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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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수사에 대한 여권(與圈)의 막무가내식 중단압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정치 수사로, 검찰권 남용이다.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검찰의 국정 흔들기”라고 규정했다. 국가의 공평무사한 검찰권이 백척간두에 오른 느낌이다. 온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 요량이 아니라면 여권은 일체의 겁박을 당장 거두는 것이 옳다.

대전지검은 감사원 감사결과 이첩과 고발장 접수에 따라 지난 5일과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감사원이 보내온 조사 자료는 조직적 문서 파기 등 피의사실과 증거가 자세히 적시된 고발장 수준의 자료”라고 수사 착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감장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밝힌 공무원들에 의한 ‘수백 건의 자료 파기’ 진술 하나만으로도 발 빠른 검찰수사는 오히려 칭찬해주는 게 맞을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총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본인과 조직이 아닌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야당의 고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각하감”이라고 해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탄식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감찰 카드에 더해 법무부가 총장의 특활비 배정권을 아예 빼앗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검찰의 압수 수색은 어디까지나 법원이 수사의 근거를 인정하고 영장을 발부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수사를 뭉갰다면 오히려 명백하게 검찰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검찰의 정치 행위’로 규정하고 난리를 치는 게 이제는 일상화된 느낌마저 든다.

서울대·카이스트 등 18개 대학의 공학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대자보 ‘현 정부의 월성 원전 기획 살인 사건’을 전국 107개 대학에 붙인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섣부른 ‘탈원전’이 문제이지만, 무리한 정책을 위해 판단자료를 조작하고 파기한 공직자들의 범죄는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기강이 참으로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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