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재·보궐선거에 대한 특례) ②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다.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는 멋들어진 대목이다. 이런 정신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모두 큰 혜택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이 국민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는 일은 정치권의 항다반사(恒茶飯事) 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놓고 지나치게 거품을 무는 일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었다면 과연 약속을 지켜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더욱이 대선 1년 전에 치러지는 이 나라 2대 도시 모두의 보궐선거라는 특수성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속 보이는 뻔뻔한 행태는 소화가 잘 안 된다.
이낙연 대표는 투표도 하기 전에 결과부터 말해 ‘전 당원 투표’라는 형식 자체를 하찮은 ‘쇼’로 만들어버렸다. 이 대표는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은 결과,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결론을 미리 밝혔다. 약속을 어기게 된 데 대한 ‘반성 쇼’가 이제 또 한바탕 이어질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결과물로 읽힌다. 민주당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쇠망치를 휘둘렀다. 이제 그 심판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이낙연 대표를 향해 “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사과하는 것입니까?”라고 절규하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의 절규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