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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흥정거리 된 ‘가덕도 신공항’ 이대로 괜찮나

등록일 2020-10-14 18:46 게재일 2020-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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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뭉쳐서 난리를 치는 모습이 거의 ‘광분’ 지경이다. 김해신공항을 무산시키고 가덕도에 새로 짓는 일에 부울경 정치권은 물론 지역 언론까지 모두 원팀(One team)이 되어 움직인다. 어렵사리 성사돼가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전락시킬 이 가공할 위협에 정작 TK 지역은 태평이다.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국책사업을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시킨 이 몽매한 현상을 대체 어찌해야 하나.

영남권을 온통 갈등으로 내몰던 동남권 신공항은 박근혜 정권 때이던 지난 2016년 외부 자문단의 용역 결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국책사업이다. 당시 영남지역 광역단체장들은 사전에 자문단의 용역 결과를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에 맞춰 PK 정치권이 다시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정권과 민주당이 야금야금 호응해왔다.

부울경은 한 입으로 두말하기 곤란한 국토교통부를 굴복시켜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만들어냈고, 10개월 동안의 검증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민주당을 토대로 호남의 일부 민심까지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쪽으로 끌어들이는 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부산지역 언론의 논설 제목들만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덕신공항 띄우더니…당정청, 이제 와선 왜 침묵하나’, ‘가덕신공항 좌절 땐 문 대통령 책임 묻지 않을 수 없다’…부산 언론들의 논조는 거의 편집증 수준의 협박 결의문이다.

국회를 장악한 절대다수 더불어민주당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기다리고 있으니 국민의힘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 항공산업 선진국들은 국책사업을 놓고 ‘정치 흥정’에 몰두하는 이런 천박한 현상을 어떻게 볼까.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경제성이 전혀 없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는 어느 미국 공항산업전문가 얘기가 다시 떠오른다. 국제공항이 무슨 택시정류장도 아니고, 정말 이래도 되나. 코로나보다도 더 무서운, 권력을 등에 업은 소지역주의 광풍에 이 나라의 미래가 송두리째 결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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