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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임기응변식 ‘막말 정치’

등록일 2019-09-29 19:13 게재일 2019-09-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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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드물었다. 그는 미국 중하층 백인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 우선주의’ 정치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임기 초부터 트럼프의 절제되지 않는 발언은 세계인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비하 발언에서부터 최근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전화는 트럼프를 탄핵의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의 한반도 문제에 관심은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다. 그러나 그의 정제되지 않은 한반도 관련 발언은 그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평가도 여러 차례 바꾸었다. 그는 임기 초 핵실험을 강행하는 김정은에게 ‘작은 로켓 맨’으로 비하하였다. 트럼프는 ‘독재자’ 김정은을 이제 ‘좋은 친구’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북한을 ‘화염과 분노’ 국가에서 ‘엄청난 발전 가능 국가’로 치켜세우고 있다. 물론 흥정의 달인답게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술책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트럼프는 김정은의 우호적인 편지를 직접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미 핵 협상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트럼프는 그의 북미 협상의 성과를 지나치게 선전하고 있다. 그는 북미 간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에서는 벌써 전쟁이 났을 것’이라는 발언도 하였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의 발언이지만 북미 협상이 없었다고 한반도의 전쟁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트럼프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의 역할을 노벨 평화상 감이라는 발언을 수차례 하였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보다 자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노벨 평화상위원회의 심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하였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타결되지 못한 시점의 그의 발언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을 과도하게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억달러(1조3천억원)의 5배인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기존 방위비의 5배나 요구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 상식에도 어긋난다. 트럼프는 지난번 한미 합동훈련 중인데도 ‘돈이 많이 드는 한미 합동훈련은 필요 없다’는 말까지 하였다. 미군의 합동훈련 비용까지 한국 측에 전가하려는 내심일 것이다. 다시 한미 방위비 협상은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이러한 무리한 요구가 관철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트럼프의 잦은 이러한 막말은 그의 한반도 평화 노력을 의심케 한다. 세계 지도국 행세를 하는 미국 대통령의 막말은 그의 정치 품격을 떨어뜨린다. 얼마 전까지 같이 일했던 안보 특보 존 볼턴에 대한 비난 발언도 상식에 어긋난다. 부동산 재벌 출신 트럼프의 정제되지 않은 즉흥적 발언은 결국 트럼프식 비즈니스 정치의 화신일 것이다. 그의 변질된 미국식 실용주의적 사고인 그의 발언은 그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정치를 이해하려면 그의 공저인 ‘거래의 기술’부터 읽어야 한다. 트럼프의 이러한 처신이 미국의 내년 대선에서 다시 먹혀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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