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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평양 공동 선언 1주년 학술대회’ 참관기

등록일 2019-09-22 20:16 게재일 2019-09-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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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18일 서울 앰베서더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과거 재직시절 학술대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학술 대회에는 3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국내 학자 뿐 아니라 미국의 학자,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제 1세션은 ‘9·19 평양 공동 선언의 의의’라는 주제의 발표가 있었다. 미국은 사회과학원의 레온 사갈 등 4명이, 한국에서는 김갑식 통일연구실장 등 전문가 3명이 발표하였다. 사갈은 지난해 2018년 평양 공동 선언의 후속 합의서인 남북 군사 합의문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는 과거 남북의 상호 억지력 강화가 결국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폭침 등 치명적인 군사적 충돌을 초래했음을 상기하였다. 그는 9·19 남북 군사적 합의문이 북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CBM)를 위한 ‘잠정적 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제 2세션은 ‘9·19 평양 공동 선언이후 군사 합의와 교류 협력 분야의 성과와 과제’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선임국장인 알렉산드라 벨은 앞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협상 당사자들이 지켜야 할 자세와 원칙을 제시하였다. 벨은 ‘작은 승리를 추구 하라’‘소통을 확대하라’‘외부의 압력에 유의하라’는 협상 성공을 위한 가이드 라인를 제공하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의 주장은 앞으로의 북미 및 남북 협상 참여자들에게 일종의 기술적인 팁을 제공한 셈이다.

제 3세션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비핵 협상에서 언제나 확실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 협상이 결렬된 것도 이 대가나 보상에 대한 합의를 구하지 못한 결과이다. 특히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로버트 아인혼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과 방식은 뒤로 미루고 핵 동결 수준인 북미간의 잠정적 합의(interim agreement)를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의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형식이 됨으로써 우리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점이 문제이다.

여하튼 이러한 학술 대회는 과거의 고답적인 학술 행사와 다른 형식임이 분명하였다. 발표자들도 학자들만이 아닌 이 분야의 전문 언론인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국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선 비핵화와 차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방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방식’이 제시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북한이 하노이 이후 제시한 미국에 대한 ‘새로운 셈법’에 대한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학술 대회는 작년 9·19 선언 이후 교착된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을 예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통일부 장관 등 정책 결정자들이 참여하여 우리의 정책 결정에 상당히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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