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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 변화를 보는 상반된 시각

등록일 2019-04-07 19:34 게재일 2019-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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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그는 북한의 선대 정권과는 달리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경제 발전’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민생 현장을 찾아 나섰다. 수시로 생산 현장을 찾아가고 지난 4일에는 삼지연 건설현장도 방문하였다. 대외적으로는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비핵과 ‘경제 건설’을 앞세우고 있다. 5개의 경제 특구와 19개의 개발구를 선포한 후 해외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과거 김정일 시대의 은둔과 폐쇄 이미지 대신 인민들 앞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외부의 시각은 상반된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그 하나는 북한체제의 변화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체로 서방의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보수적 입장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민생에 대한 정책 변화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변화이지 실질적인 변화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도 대미 협상용 시간 벌기 술책이지 핵을 포기하기나 폐기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술책이라고 본다. 이는 대체로 북한을 불신하고 반공적 보수적인 입장에서 보는 외재적 시각이다. 이 땅에는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반공교육 등으로 반공, 반북세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변화를 북한식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내재적 시각이다. 과거 재독학자 송두율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다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된 적이 있다. 이 주장은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이는 북한 문제와 북한적 현상을 북한 외부가 아닌 북한 내부의 논리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북한 경제의 현실은 어렵지만 그 원인은 미국 제국주의의 압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핵 개발도 철저히 북한체제의 보위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도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노선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수령제, 주체사상, 우리식 사회주의, 인민 민주독재, 북한식 계획 경제도 북한식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입장은 문제점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둘 다 극우와 극좌라는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자인 외재적 입장은 보수 우익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는 입장이다. 이는 냉전시대의 철저한 반공 논리를 토대로 북한 공산체제를 철저히 비판, 응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후자인 내재적 입장은 북한의 정치 현실과 변화를 인정하고 옹호하는 입장이다. 물론 여기에도 순수 진보적 입장에서부터 종북 좌파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여기에는 북한의 수령론이나 주체사상까지 용인하자는 주사파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을 극복하는 방식은 없을까. 그것은 북한 체제 변화 징후를 탈이데올로기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특정 이데올로기라는 안경을 사실상 벗기가 어렵다. 여기에 북한을 이념적 편견에서 탈피하여 내관적 시각에서 보자는 입장이 등장한다. 가령 북한의 400여개로 늘어난 종합 시장, 정보화 시대의 600만대의 휴대 전화보급, 북한 일인당 소득 1천불, 자영업의 증가와 관광 사업에 대한 열망을 사실로 그대로 수용하자는 입장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인민 경제 발전 의지도 선입견 없이 바라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제3의 방식은 북한 체제의 변화에 대한 비판을 삼가하고 판단을 유보하자는 입장이다. 단 판단의 준거는 인간의 존엄성, 인류의 복지에 있음은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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