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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결렬 네탓 공방문 대통령, 중재 역할 ‘고심’

김진호기자
등록일 2019-03-03 20:25 게재일 2019-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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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선언 합의 예상 밖 불발<br/>서로에게 책임 전가 상황 ‘부담’<br/>靑 “회담 평가·재구성이 먼저”<br/>진의 파악 후 대응 모색 나설 듯

한반도 비핵화에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됨에 따라 ‘중재역’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초 ‘하노이 담판’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선순환 정착을 기대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 간 합의 불발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평화 무드에 제동이 걸렸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적잖은 견해차가 노출되며 향후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 후 8개월만인 지난 달 27일 오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다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30분 정도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을 마쳤고, 곧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별도의‘4인 회동’을 가졌다. 이어 리용호 외무상과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추가로 배석한 확대회담이 진행됐다. 확대회담장에서는‘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그런 의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해 회담 성과에 대해 기대감을 키웠다. 첫날 총 130분 가량의 대좌를 통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어떻게 교환할 것인지 의중을 탐색한 데 이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 8시 55분께부터 메트로폴 호텔에서 다시 만나 ‘본격 담판’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 정상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의 교환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각각 숙소로 복귀했다.

특히 북미 양측은 회담 이후 합의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회견에서 “기본적으로 그들(북한)은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새벽 회견에서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 11건 중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항목을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북미 간 견해가 첨예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중재자’역할을 맡게 될 문 대통령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도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중재역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중재 행보에 본격 나서기에 앞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나설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 “산발적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확하게 회담 내용을 평가하고 재구성하는 게 먼저”라면서 “그 다음에 우리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다양한 채널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재구성, 북미 양측의 진의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 나아가 문 대통령의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북미 간에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협상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북한의 태도는 다소 모호하기 때문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일 오후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대화 재개까지 북미 간에 적지않은 기싸움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어쨌든 한국과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는 이번주 미국에서 회동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주중 방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으로 3일 알려졌다.

한미 정상 간 대면 논의도 추진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며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답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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