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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공천했나, 기초도 안 된 기초의원들을

손병현기자
등록일 2019-01-22 20:41 게재일 2019-01-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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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폭행 외유’ 구미 ‘짝퉁 보고서’ 등 잇단 자질 논란<br/>여론 “지역 국회의원이 좌지우지 정당공천제가 문제”<br/>동네 일꾼 대신 중앙 심부름꾼 양산하는 체제 바꿔야

“기초의원 공천제를 손봐야합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대구·경북 지방의회의 온갖 추태에 대한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초의원 후보들의 자질 검증 과정의 첫 단계인 ‘정당 공천제’가 부실한게 원인이라는 얘기다.

최근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국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거짓말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내 곳곳에서 기초의원들이 연루된 각종 논란이 쉴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철 예천군의원의 가이드 폭행 파문 와중에도 단체로 베트남 연수를 떠났다가 관광성 외유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이틀만에 급거 귀국한 경북지역 기초의회 의장들의 행태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구미시의회는 해외연수 보고서를 호남지역 의원들이 낸 것을 고스란히 베껴 내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대구의 한 기초의회 의원은 구정 질의를 하면서 성매매 여성을 비하했다.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게 국민들의 시선이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등 시민단체 등은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요구에서 더 나아가 “불량품 예천군의원을 공천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책임져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과 2범인 박종철 군의원을 공천한 한국당의 공천내막을 겨냥하고 있다.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글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되면서 본격화됐다. 그동안 대다수 단체장들이 위민행정을 실천하고 지방의원들도 입법 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의 ‘동네 일꾼’으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이런 성과와 달리 여전히 미숙하고 부도덕한 모습을 때마다 드러내자 자질 검증의 첫 관문인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제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공정한 정당 시스템을 통해 유능한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란 비판이 비등하다.

중앙정치권에 예속돼 지방자치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편 가르기, 줄세우기식 선거로 지역사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특히 기초의원 공천권을 사실상 지역 국회의원이 좌지우지하면서 기초의원은 지역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수차례 제기됐다. 2009년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에 86%가 찬성했다. 2017년 12월 전국 기초의원들에게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에서도 68.8%가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폐지 이유로는 ‘자치행정이 중앙정당의 정쟁 도구화가 되기 때문’‘공천 과정이 불공정해 풀뿌리 민주주의 정치 불신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천제 폐지시도가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9대 국회는 2012년, 2013년 정당 공천제 폐지 법안을 6차례나 냈지만 4년 내내 심의조차 안 했고, 결국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관련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회원은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정당공천을 희망하는 출마 예정자들의 자질 검증보단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맛’에 맞출 우려가 크다”면서 “이런 연유로 공천을 받아 당선되더라도 지역민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후보자, 당선자 전과기록 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 1천889명 중 803명이 전과자였다. 이 중 296명이 당선됐다. 전체 지역구 광역의원 당선자 737명 대비 약 40%가 전과자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전국 지역구 후보자 5천336명 중 절반 가량인 2천204명이 전과자이며 이 중 955명이 당선됐다. 즉 전국 지역구 기초의원 2천541명 중 38%가 전과자란 얘기다. 이들 대부분이 생계형이거나 단순 전과자이지만 일부는 상습 음주운전에다 상습체납, 폭력, 간통 전과 등 파렴치범도 적지 않다. 부산에서는 지방선거 전체 출마가 가운데 체납액이 가장 많은(6억2천600여만 원) 기초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은 생각도 못 할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기초의원들을 없애고 참신한 일꾼이 수혈될 수 있는 제도개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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