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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9-01-16 19:45 게재일 2019-0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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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명 자

협곡이다

너무 깊고 높고 복병까지 숨어 있어

건너기 힘든 골짜기다 지금껏 달려온

시간들

한순간에 멈추게 하는 낭떠러지가

여기, 있다

쉰에 아버진 날 낳았고

엄마는 쉰에 남편을 잃었다

늦게 본 자식 탓에 살맛난 아버지

일곱 남매 독차지한 덕에

살 목표가 생긴 엄마

그것도 희망이라고 평생 놓지 않았다

쉰에는 온가지 풍파가 도사린다

끝끝내 출산을 거부한 나는

회개하듯

백이십 그램 자궁을 들어내고서야

가볍게 쉰을 맞는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은

희망보다 숙명에 가까워서

넘기 힘든 언덕처럼 아주 힘겹게 오지만

쉰은,

나이만큼 울창한 고뇌의 숲을 만든다

50년 이라는 인생의 시간을 온갖 풍파 속을 헤쳐나온 시인은 50년 전 꼭 같은 생의 터널을 지나온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다. 쉰에 아버지를 잃고 자식을 위해 죽도록 헌신해온 어머니와는 달리 시인은 출산을 거부해왔다고 고백하면서 어머니와 자기자신에 걸쳐져 있었던 질긴 질곡의 굴레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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