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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得道)

봉지를 벗기자
등록일 2019-01-14 19:16 게재일 2019-01-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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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낙 추

봉지 속에

한 사내가 있다

꽃 떨어지자마자 봉지 속에 유폐된 사내

얼마의 내공을 쌓았기에

독방에 갇혀서도

부처님은 몸빛보다도 더 찬란할까

봉지를 벗기자

눈부신 가을 햇살이

황금빛에 튕겨 깨진다

몸 안 가득 채운

단물은

사내의 땀방울이다 그리움이다

세상에 단 한 번도 내보이지 않고 고인

눈물이다

눈물이 매달린 배 나뭇가지 사이에서

사내가

잘 익은 자기 얼굴을

웃으며 따고 있다

봉지 속에 감싸인 배는 봉지 안에 갇힌 채 마지막 성숙의 과정을 혹독하게 치른다. 햇빛과 바람과 공기마저도 차단된 채, 속으로 단물을 채워나간 후 고운 빛깔과 맛있는 결정체가 된다. 시인은 배를 한 사내에 비유하면서 혹독한 시련 속에서 땀방울과 눈물과 그리움을 쌓아가며 원숙한 결실에 이른다는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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