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립고서 같은 재단법인 중학교 교장 아들에게만<br />학력경시대회 시험 미리 응시케 해 비난 목소리 커져 <br />고교측 “난이도 조절 위해 테스트”… 교육청, 감사 추진
구미의 한 사립고등학교가 같은 재단법인의 중학교 교장 아들에게 학력경시대회 시험을 미리 보게 해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26일 해당 학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A고교는 올해 경북 도내 중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제5회 수학·영어 학력경시대회’를 열어 입상자에게 상금과 해외문화탐방 참가 기회를 줬다.
입상자가 A고교에 입학할 경우 특설반 입실 기회도 주어진다.
매년 구미를 포함한 경북 도내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이 응시하고 있다.
A고교는 올해 경시대회를 나흘 앞둔 지난달 23일 4교시와 점심시간에 같은 재단 B중학교 교장의 중3 아들 C군에게만 미리 시험 기회를 줬다.
승마 특기생인 C군은 승마대회 참가 때문에 응시할 수 없어 미리 혼자 시험을 본 것이다. C군이 참가하려던 승마대회 일정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로 시험일인 27일과 겹친다.
학부모들이 이를 알고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고교 측은 경시대회를 미뤄 지난 3일 치렀다.
고교 측은 “해당 학생이 승마대회 일정과 겹쳐 경시대회를 포기한 상태라서 시험 난이도 조절을 위해 사전에 테스트를 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교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C군이 경시대회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고, 이전까지의 시험에서 난이도 조절을 위한 테스트가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C군의 아버지인 B중학교 교장이 재단 설립자의 둘째 손자라는 점도 특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항의하자 응시대회를 미루고 불합격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A고교가 최근 몇 년 사이 졸업생을 명문대에 많이 보내고 있는데 교육 당국은 실상을 명확히 조사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측의 시험 난이도 조절을 위한 테스트라는 해명을 누가 믿겠는가”라며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과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른게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도교육청은 사전 시험이 특혜를 주려 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C군은 응시자 320명 중 입상자 21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