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들어서만도 올 7월 현재 본회에 처리되지 않고 낮잠 자는 계류 법안이 1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19대 때보다 더 많아졌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발의된 각종 법률안이 지진발생 1년이 다가오고 있으나 아직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11·15 포항지진과 관련해 발의된 12건의 법안 가운데 현재 10건이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에 있다. 언제 처리될지도 알 수 없다. 지진 피해주민의 기대만 잔뜩 올려놓고 실제로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포항지역 각종 지진피해 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관련법안의 국회통과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진발생 후 40여 건의 각종 법안이 발의됐으나 극히 일부만 국회를 통과하고 나머지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피해주민이 가장 다급하게 생각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과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법안 심사 소위에서 한차례 논의만 되었을 뿐 진척이 전혀 없다. 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지진발생 직후 정치권이 보여 준 그 때의 관심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해당상임위 의원들이 정부에서 발표한 지진방재 개선 대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을 포항시만의 문제로 국한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라도 한다. 경주지진 때도 정치권의 태도는 비슷했다. 과연 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했어도 정치권이 이렇게 했을까 하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이 불러온 재앙의 규모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1천 명이 넘는 사망자와 지진 지역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인도네시아는 그야말로 대혼란의 상태다. 지진은 언제 어느 장소에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재난이다. 당장 내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았다고 소홀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재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국가 재난의 문제를 다루는데 여야가 따라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20대 국회가 여야 다당제 구도로 바뀌면서 정당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법안처리가 더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문제에 정치권은 대승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서울과 지방이 다를 수 없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한다. 포항은 아직 지진 후유증을 수습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련 법안의 조속 통과로 피해 주민의 아픔을 달래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