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결과 적발된 765건(97.2%) 중 457건은 설계도면보다 매설 길이가 늘었고, 308건은 줄었다. 또 787건 중 480건(60.9%)의 매설 깊이가 설계도면과 달랐다. 특히 240건(30.4%)의 경우 가스 배관을 기존에 있던 지하매설물 밑에 설치한다고 승인받았음에도 실제로는 지하매설물 위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가스 배관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설치되면 굴착공사를 하다 배관을 파손해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 같은 문제는 현행 도시가스공급시설 시공감리 기준과 가스안전공사의 도시가스시설 검사업무 처리지침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감리기준에서는 시공감리 시정통보서 발급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처리지침에서는 이 조항이 없어서 제출된 도면과 다르게 시공되어도 무사했던 것이다.
감사원은 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도시가스시설 검사업무 처리지침’을 개정하고,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감리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또 “이미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공사를 마친 경우에는 지하매설물의 안전관리 등을 위해 사업자가 도로관리청에 준공도면을 제출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도시가스 배관의 안전성 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안전공사는 32개 도시가스 사업자로부터 배관의 매설연도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대상을 제출받아 정밀안전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배관의 피복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가스사업자가 자체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고작 10%만 현장조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도시가스는 국민 일상생활에 혁명을 가져온 문명의 이기다.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난방과 취사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가스는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생명이다. 가스누출 및 폭발사고로부터 국민안전을 책임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배관공사 관리를 이렇게 엉터리로 해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비한 제도 및 규정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변칙적으로 공사가 진행된 배관 전수에 대한 철두철미한 조사와 시정 및 보완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발밑에 폭발물을 허술하게 묻어놓은 채 무심히 살아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