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구성된 자치분권위 산하 범정부 재정분권태스크포스(TF)는 가까스로 올 4월 전문가 의견을 정리한 재정분권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분권TF 권고안은 지방 소득·소비세를 늘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4까지 바꾸는 게 핵심이다. 이 TF안대로라면 지방재정은 지금보다 10조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지방소득세를 놓고 행안부는 비례세화를 주장하는 반면 기재부는 부정적인 반응이란다. 기재부가 관리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도 논란 대상이다. TF에선 균특 가운데 지자체가 자율 편성한 뒤 포괄보조 방식으로 지원하는 지역자율계정은 지자체에 이관하도록 결론을 내렸지만, 이 역시 청와대 수정안에서 백지화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 발표하기로 했던 재정분권 종합대책은 예정 시기를 8개월이나 넘긴 지금까지 답보상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최종안이 확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재정분권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당초 TF안에서 지방재정 증가폭이 대폭 축소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따라서 오는 9월 발표할 예정인 종합추진계획에도 재정분권에 대해서는 개략적인 방향만 담기로 했다고 한다. 재정분권TF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은 “그렇게 할 바에야 TF안은 왜 만들었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까지 마무리짓겠다던 자치경찰제 기본계획과 각종 주민참여·자치 관련 법률안 개정에도 정부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내에 분권 관련 세부안이 나오지 않으면 법률안 개정은 물론 예산 반영도 안 된다. 본격적인 실행이 물 건너갈 공산이 커지면서, ‘지방분권’ 공약이 결국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용 이벤트에 불과한 것 아니었느냐는 불만과 의혹이 일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은 문재인정부가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도 ‘지방분권’ 의지가 강한 것으로 믿어왔다. 수십년 숙원인 ‘재정분권’ 혁신에 대한 지역민들의 절박한 소망을 외면하지 말고 초심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야말로 나라의 번영을 담보하는 가장 크고 빠른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