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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마른 ‘금징어’ 이유 있었네

이바름기자
등록일 2018-04-10 23:41 게재일 2018-04-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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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불법조업 일당 덜미<br />부산·동해 트롤어선 7척<br />채낚기어선 58척과 공모<br />422회 차례 2천970t 포획<br />87억대 부당이익 챙겨<br />

동해상에서 오징어 불법 조업으로 8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대규모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대다수 어민들은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 감소와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생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사건까지 겹치면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9일 포항해양경찰서는 트롤어선과 채낚기어선을 이용해 불법 공조조업을 한 혐의(수산자원관리법 위반 등)로 선장 이모(57)씨 등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동해안 해상에서 총 422회 불법 공조조업을 통해 오징어 3만9천428상자, 1천970t을 포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부산, 동해에서 온 7척의 트롤어선은 58척의 채낚기어선과 공모해 ‘동해안 금징어’ 총 87억원 어치를 싹쓸이해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한 대형트롤어선은 230회(890t, 28억2천만원 상당)에 걸쳐 오징어를 불법 포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롤어선-채낚기어선 불법 공조조업’은 주광성(불빛에 모이는 습성)을 가진 오징어를 대량 남획하기 위해 채낚기어선이 야간시간대 불빛을 이용해 오징어를 모으면, 트롤어선이 채낚기 어선 선체 밑으로 트롤어구를 끌며 수회 왕복해 포획하는 조업이다. 오징어 씨를 말리는 조업으로 엄연한 불법이다.

이들은 그러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무판 등으로 선명을 가려왔으며, 오징어를 쉽게 끌어올리기 위해 채낚기어선 선미에 롤러를 설치해 선박을 불법 개조하는 등 사전준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트롤어선 선장들은 이러한 불법 조업으로 포획한 어획고의 20%를 집어비(일명 불빛값, 약 16억원) 명목으로 채낚기어선에 지급했다.

포항해경은 최근 국내 오징어 생산량 감소와 무분별한 어획 등으로 오징어 자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이러한 불법 공조조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공조조업 장부와 휴대폰 압수, 위판대금 분석과 금융계좌추적, 삭제된 휴대전화 문자내용을 복원하는 등 끈질긴 기획수사를 펼쳐왔다.

맹주한 포항해양경찰서장은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지속되는 공조조업은 오징어 자원량 감소로 이어져, 결국 법을 준수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어민들과 소비자인 국민들이 피해보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러한 불법 공조조업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엄벌하는 한편, 중국어선 등 외국 어선들의 우리수역에서의 불법조업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경비·수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해경은 이들 일당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 기각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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