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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싱가포르

등록일 2018-04-05 20:53 게재일 2018-04-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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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싱가포르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학회 관계로 싱가포르를 여러 번 다녀온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다.

몇 번 필자도 다녀오긴 했지만 지난주 싱가포르 국제회의에 가서 느낀 건 정말 싱가포르는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다가왔다. 선진국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교과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틀림없고 정확한 회의 진행, 최신설비의 대학시설, 깨끗한 길거리와 지하철, 친절한 택시기사, 공원의 질서, 그리고 공항시설은 자동 출국수속을 밟도록 되어 있었다.

미국 및 모든 공항에서는 노트북 컴퓨터를 가방에서 꺼내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최신식 기계로 검색하기에 가방에서 꺼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싱가포르 공화국은 동남아시아, 말레이 반도의 끝에 위치한 섬나라이자 도시 국가이다. 북쪽의 조호르 해협과 남쪽의 싱가포르 해협을 두고 각각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약간 분리되어 있다.

181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현 싱가포르 남부에 개발한 항구가 시초이다. 1960년대 말레이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며, 말레이시아 연방 정부와의 다툼 끝에 결국 연방을 탈퇴하여 독립국가가 되었다.

독립 당시 인구는 100만 명 정도였으나, 꾸준히 늘어 현재 500만 명이 넘었다. 20세기 후반에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 중 하나이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 도시이며, 정유시설과 금융 산업은 세계 최정상권이다. 지난 10년간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률은 15%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 넓이의 500배에 달하는 옛 종주국인 말레이시아를 총 경제 규모로도 추월하였다.

현재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PPP(실질 구매력) 환산 6만 달러에 달하며, 1인당 외환보유고는 세계 최정상이다.

사실 싱가포르의 면적은 692.7㎞로 한국의 서울보다 조금 넓고, 인구는 서울의 절반 정도이지만 인간개발지수는 전 세계에서 10위권이며,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의 신설대학 SUTD(싱가포르 기술및 디자인 대학)을 둘러보았다. 이미 포스텍과는 자매결연이 되어 있는 대학이지만 창의적인 실험실과 도서실은 창의적인 디자인과 기술개발의 모범적 캠퍼스를 보여주었다.

사실상 싱가포르 국립대(NUS)는 각종 조사에서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다. 또 싱가포르의 난양공대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아시아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고 세계대학들과 경쟁하고 있다.

싱가포르공항에서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출국 수속을 밟으면서 얼마 전 다녀온 미얀마, 사우디 등이 떠올랐다. 광활한 국토와 석유자원의 사우디나 한국의 6배나 되는 넓이의 미얀마에서도 아직 후진국의 느낌을 받은 적이 있기에 싱가포르의 현대화된 시설과 도시의 모습 그리고 정교한 시스템은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이 가야할 길을 싱가포르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패 없는 사회, 깨끗한 도시와 거리, 질서 있는 사회 등은 바로 한국이 가야할 길이다.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거쳐 대구공항에 내려 택시를 탔을 때 달라진 거리 풍경과 엉키는 자동차, 무뚝뚝한 택시기사의 모습은 필자를 조금 우울하게 만들었다. 조금 전 보았던 싱가포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우리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야겠다. 선진국은 국민소득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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