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 `리턴`서 악역으로 열연<BR>“멜로·로맨틱코미디도 해보고파”
“마지막에 죽어서인지, 집에 돌아와서 굉장히 마음이 헛헛했습니다. 갑자기 울컥해서 울기도 했죠.”
SBS TV 수목극 `리턴`에서 악함과 비굴함에 `똘기`까지 장착한 김학범 역으로 열연한 배우 봉태규(37)를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났다.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한 봉태규는 `광식이 동생 광태`(2005) 등 다수 영화와 `논스톱4`(2003) 등 드라마에서 개성 있는 외모를 무기로 한 코믹 연기로 활약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리턴`에서 그는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악인으로 변신, 데뷔 18년 만에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봉태규 역시 이러한 부분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
“악역을 정말 해보고 싶었지만 제가 기존에 가진 이미지 때문에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죠. `리턴`을 하기 전에 고민도 많이 했어요. 보시는 분들이 어색해 할까 봐요. 그런데 다행히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매우 좋아요. 사실 제 대표작이 오랜 기간 `광식이 동생 광태`에 머물렀잖아요. 드디어 바뀐 건데, 제 입장에서는 10여 년을 기다린 순간이 바로 `리턴`이고, 학범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그러면서 “제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가 2007~2008년 무렵인데, 여러 일이 있었고 의도하지 않게 공백이 길어졌다”며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분이 좋다. 절 캐스팅해준 제작진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봉태규는 학범을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느냐는 물음에는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고 연기한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비친 것 같다”고 답했다.
“기존 국내 드라마에서 재벌 악역이 많이 등장했잖아요. 그것들과 겹치지 않을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했죠. 심지어 시체를 묻으러 갈 때 그렇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전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덕분이죠. 악행을 저지르는 장면들을 일부러 더 편안하게 연기했고, 일상처럼 보이길 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학범은 상대를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존대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를 하대하는 게 물리적인 폭력보다도 가장 폭력적인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부분도 신경 써서 연기했는데, 시청자들께서 `봉태규가 저런 역할도 설득력 있게 할 수 있구나`하고 봐주셔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패션에 남다른 조예가 있기로 유명한 봉태규는 이번 작품에서 의상 등 스타일링에도 직접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장면도 허투루 넘어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악벤져스`로 불리며 함께한 신성록, 박기웅, 윤종훈에 대해서는 “서로 의지를 많이 했다. 특히 성록이는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 항상 통화하며 지냈다”고 했다.
방송 내내 수목극 시청률 1위를 공고하게 지킨 `리턴`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로 비판받기도 했다.
봉태규는 “`악벤져스`의 입장에서는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해도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런 지적을 당연히 이해한다. 제작진도 신경을 많이 썼다.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에 대해서 스스로 검열을 하면 안 되지만 또 지상파 작품이다 보니 제작진과 상의를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리턴`은 중간에 주인공 최자혜를 연기하던 고현정이 하차하고 박진희가 바통을이어받는 불미스러운 일도 겪었다. 봉태규는 “워낙 큰일이어서 조심스럽고 직접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다만 저는 전후 사정을 떠나 작품이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봉태규는 조만간 KBS 2TV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출연한다. 그는 사진작가 하시시 박(본명 박원지)과 2015년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 전에도 출연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이제 27개월이 돼서 직접 물어봤어요. 수차례 `TV에 나오고 싶니` 물어봤는데 한 번도 아니라고 대답한 적이 없고, 매번 `응`이래요. (웃음) 사실 제가 작품을 하면서 육아와 살림에 제 몫을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게 있었어요. 마침 그럴 때 제의가 와서 하게 됐어요.”
그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연기 공백기에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생각했다”며 “멜로도 하고 싶고, 20대 때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로맨틱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잘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 아내에게도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