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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 美 `관세폭탄`에 맞대응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8-03-16 20:36 게재일 2018-03-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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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美 25% 관세 인상만큼 제품價 인상<BR>“앉아서 당할 수 없다”… 他 업체도 동참 전망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다.” 철강업계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가격을 25% 관세 부과만큼 인상하는 등 미국 내 수요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 선봉장은 동국제강. 자체적인 가격 인상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율만큼 올려 미국수출품에 대해 적자를 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가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중지만, 관세 면제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오는 23일부터 대(對)미국 철강재 판매가격을 전 품목에 걸쳐 25%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동국제강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지난 9일 자회사인 동국인터내셔널(DKI)를 통해 북미 고객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의 북미 고객사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재 관세 부과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팔 수 없기에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진다.

동국제강 측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무역파트너인 한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국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미국내 정치 지도자들과 사업 파트너들에게 통하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동국제강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의 이러한 결정은 다른 철강수출 업체에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수요업계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한국 업체만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약 362만t의 철강재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이는 미국의 지난 한해 수입량인 3천687만t의 약 9.8% 수준이다. 한국보다 많은 철강재를 수출한 국가는 브라질과 캐나다 2개 국가 뿐이다.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이 국내 다른 철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규모가 작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의 대미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4%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는 넥스틸이나 세아제강의 미국향 수출이 매출의 10% 이상 차지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의 이번 인상 결정과는 별개로 정부는 23일까지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2일 장관급 회의를 열고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 조치에 대한 제외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수입 철강(유정용강관)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재안의 효력은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전 관세부과 대상에 포함됐던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는 협상을 통해 면제권을 받아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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