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환원제철·설비전환 투자 근거 첫 마련···단기 체감은 제한, 중·장기 구조전환 준비가 관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 전환을 목표로 제정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에 관한 특별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내 철강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는 법적 기반이 처음 마련된 것이다.
전 세계적 공급과잉, 중국 저가 공세, 미국 관세 강화, 탄소국경조정제(CBAM) 도입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철강산업 비중이 절대적인 포항으로서는 철강업 재도약의 필수 기반을 확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의 국가전략산업 지정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녹색철강·저탄소 기술 전환 지원 △불공정 무역 대응 강화 등이 골자이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폐열회수 등 저탄소 공정 전환과 설비 개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의무화한 조항이 신설·강화됐다. 그동안 개별 기업 주도였던 장기 투자가 국가정책 틀 안으로 편입되면서 관련 지원 근거가 명확해진 셈이다.
포항은 올해 산업부로부터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철강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의 충격이 컸다. 지역 경제·고용의 절대 축을 이루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대형 설비 전환과 수소환원제철(HyREX) 실증을 추진하는 시점에 맞춰 국가 차원의 정책·재정 지원대책이 마련된 점은 큰 수혜 요소가 된다.
법안이 포항지역만 특정해 우선 지원하도록 규정하지는 않지만 △수소환원제철 실증 거점 △전기로·특수강 고도화 추진 △철강협력사 밀집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5년 기본계획에서 각종 ‘포항 프로젝트’가 법령시행 대상 중 핵심 사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탄소·에너지 효율 개선, 설비 고도화, 수출규제 대응 등 공급망 단위 지원 사업 참여가 가능한 점에서 간접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구체적인 자금·사업 규모는 향후 시행령·예산 편성 과정에서 확정된다.
그럼에도 이번 K-스틸법 통과가 지역 기업의 경영난을 단기간에 해소하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별법은 산업·투자 중심이어서 직접적인 고용·자금 지원 법안이 아니다. 실질적 지원은 본회의 통과 뒤 시행령 제정 , 5년 기본계획 작성, 예산 반영 등 행정 절차를 거쳐야 현실화된다.
또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 미국 고관세 지속, 중국 공급과잉 등 외부 리스크는 특별법 제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즉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국가사업으로 끌어올린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K-스틸법의 통과에 따른 1~2년 가량의 단기적으로는 각종 제도·계획 반영기로 봐야 한다. 정부 시행령·기본계획 단계에서 포항 수소환원제철·설비전환·협력사 고도화 사업을 공식 의제로 포함시키는 작업이 핵심이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원(금융·고용 안정)과 K-스틸법 기반의 기술·설비 전환 지원을 패키지로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 기업은 탄소배출량·에너지 데이터 관리, 설비 고도화 계획 등 지원사업 대응 준비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3~5년에 걸친 중기적으로는 투자·전환과 관련한 ‘실질화 구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많다. HyREX 실증설비 구축, 전기로 확대, 고부가 특수강·전기강판 라인 등 대규모 설비 전환 사업에 국비·정책금융이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간은 지역 기계·설비·엔지니어링·IT·소재 기업들에 연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협력업체 중심의 설비 효율화·자동화·친환경 대응 지원사업 참여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5년 이상 예상되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산업 구조 개편 단계와 맞물릴 것으로 해석된다. 포항의 산업 기반이 기존 고로 중심 범용재 철강생산에서 수소환원제철·특수강·첨단소재 중심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일자리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관리 △환경안전 △데이터·자동화 △고부가 소재 엔지니어링 등 고기술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철강 수요, 미국·중국 통상환경, 기업 투자전략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특별법 제정 이후 변화속도와 변화에 따른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K-스틸법의 본회의 통과는 포항 철강산업의 ‘즉각 회복’ 보다 ‘전환의 레일 확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저탄소 공정 전환을 국가사업으로 이끌 근거가 생기면서 향후 포항이 전국 녹색철강 전략의 중심지로 부상할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향후 철강도시 포항이 정부와 협력해 해결해야 할 사안은 많다. 정부 기본계획에 포항 핵심 사업 반영을 비롯해 △위기지역 지원과 녹색철강 전환의 패키지 연계 △지역 기업의 선제적 기술·데이터·설비 준비 등 전환기를 활용할 실행 전략을 세밀하게 구성하는 것 등이다.
글·그래픽/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