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굳힐 듯<BR>포항시·철강업계 등<BR>긴급회의·대책마련 부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철강도시 포항의 넥스틸과 세아제강은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출 규모는 전체 수출액 5747억 달러의 6.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11.6%(약 40억 달러)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포항의 경우 연간 대미수출액이 11억3천300만 달러에 이르며,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시장 수출 철강재 355만t 중 포항에서만 123만여t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코엑스에서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주재), 통상차관보, 철강화학과장 등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휴스틸 등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경감 또는 면제를 위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측과 관련 협의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국무역대표를 만나 232조 조치 관련 우리측 우려를 전달했고, 앞으로 양측이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25% 일률 관세부과 조치 발표로 넥스틸과 세아제강의 미국행은 굳어졌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피해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대미 철강수출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3%가량에 그치고 있는 데다 지난 2016년부터 무역장벽을 뚫을 수 있는 WP제품 등 고급강 시장 규모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경우도 대미 수출액이 거의 미미한 수준인 데다 포항 공장의 경우 봉형강 위주 생산체제여서 그 영향이 미미하다. 동국제강도 전사 규모로 했을 때 대미수출량이 4% 정도에 머물고 있고 포항제강소는 거의 영향권에 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세아제강과 넥스틸이다.
지난해 40만t 규모의 유정용강관을 미국에 수출한 넥스틸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넥스틸은 이미 지난해 46%의 예비관세율를 적용받고 빠르면 오는 4월께 확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25%의 관세 추가로 사실상 문 닫아야할 상황이다. 넥스틸은 400억원 들여 포항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며 오는 10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아제강 역시 전체 생산량의 40%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2.3~6.66%의 예비관세율이 부과된 상황에서 25% 관세가 추가되면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 철강관세 폭탄이 막상 현실화되자 포항시와 지역 상공업계와 철강공단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항시와 포항상의, 철강업계 등은 지난달 말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장 넥스틸이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구조조정에 의한 실업자 발생, 생산력 저하, 철강경기 침체 등이 우려되고 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